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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조 원 개발의 아슬아슬한 첫 단추, ‘기본’을 일깨운 당선인의 경고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조지훈 당선인, 원칙과 신뢰를 앞세워 6조 원 개발의 방향타를 잡다


거대한 개발사업일수록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화려한 청사진이나 장밋빛 전망이 아니다. 수조 원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지역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 사업일수록 더욱 중요한 것은 ‘기본’과 '원칙'이다. 기업은 법과 원칙을 지키고, 행정은 공정한 감시자로서 역할을 다하며, 시민은 그 과정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본이 무너지면 아무리 거창한 계획도 결국 모래 위에 세운 성에 불과하다.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은 전북은 물론 전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민간 개발사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시행사 측이 밝힌 사업비만 약 6조 원에 이른다. 초고층 관광타워와 대규모 주거단지, 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는 전주의 도시 지형을 바꾸고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아왔다. 얼마 전 열린 기공식 역시 그러한 기대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였고, 시민들 역시 전주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탄생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기공식의 화려한 조명 뒤에서 드러난 현실은 결코 밝지만은 않았다. 사업 시행사인 자광이 해당 부지에 부과된 재산세와 대부료, 변상금 등을 체납해 토지가 압류된 상태라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물론 체납 금액 자체가 사업 규모에 비하면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금액이 아니다. 수조 원 규모의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 지방세 납부라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단순하다. “6조 원 사업을 진행하는 업체가 왜 세금은 체납했는가”라는 질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다. 행정 절차상의 문제일 수도 있고 자금 운용상의 판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시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거대한 미래 비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현재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가 먼저 보이기 때문이다. 신뢰는 거창한 사업설명회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약속을 지킬 때 만들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조지훈 전주시장 당선인이 세금 완납과 원칙 준수를 강하게 주문한 것은 매우 신선하고 시의적절한 메시지라고 평가할 만하다. 특히 당초 약속됐던 ‘선 타워 건립, 후 아파트 개발’ 원칙을 강조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개발사업이 수익성만을 좇는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시민과 지역사회와의 약속 위에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간 전북 지역의 대형 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가장 많이 제기됐던 비판은 행정의 원칙 부재였다. 사업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 아래 각종 우려와 문제점들을 못본채 묵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사업성 검증보다 투자 규모가 강조됐고, 위험 요소보다 기대 효과가 부각됐다. 그 결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특혜 논란과 행정 불신이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전주의 미래를 바꿀 사업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은 성공을 바란다. 그러나 성공을 바라는 마음과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사업이 중요할수록 더 엄격한 검증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시민의 삶과 도시의 미래가 걸린 사업일수록 기업은 더욱 높은 수준의 책임감을 보여야 하고 행정은 더욱 냉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면 다시 풀어서 끼우는 용기가 필요하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며,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6조 원이라는 거대한 숫자가 시민의 불안을 덮어주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결국 얼마나 많은 돈이 투자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원칙을 지키며 추진되느냐에 달려 있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은 이제 출발선에 섰다. 기업은 체납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고 시민 앞에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행정은 어떠한 외압이나 이해관계에도 흔들리지 않고 원칙의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시민들은 사업의 진척 상황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전주의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조지훈 당선인의 경고는 단순한 세금 독촉이 아니다. 그것은 전주의 미래를 결정할 대형 개발사업이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을 상기시키는 선언이다. 화려한 조감도보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며, 거대한 투자계획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다. 대한방직 부지 개발이 성공한 사업으로 기록될지, 또 하나의 논란으로 남을지는 결국 이 가장 단순한 진리를 얼마나 충실히 지켜내느냐에 달려 있다. 전북도민은 지켜볼 것이다. 사업의 진행사항과 새로 당선된 전주시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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