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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로 지은 파크골프장, 왜 특정 동호회의 놀이터가 됐나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공공(公共)의 가치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주민의 혈세로 조성된 모든 시설은 오직 주민 전체의 편익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지방행정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지금 완주군을 비롯한 지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크골프장 사태는 공공의 자산이 어떻게 특정 집단의 쌈짓돈과 놀이터로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추악한 민낯이다. ‘군민 건강과 복지’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 숨은 선출직 단체장의 선심성 정치, 그리고 이를 틈타 공공재를 사유화한 특정 동호회의 이기주의가 맞물려 빚어낸 명백한 행정 참사다.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파크골프장 조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초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체육 복지라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표심을 의식한 선출직 단체장들의 정치적 계산이 짙게 깔려 있었다. 지역 내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큰 특정 시니어 계층의 환심을 사기 위해, 중장기적인 관리·운영 계획도 없이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선심성 행정’을 남발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준공 이후의 방치였다. 행정기관은 관리의 편의성과 정치적 관계 유지를 핑계로 몇몇 동호회에 운영권을 통째로 넘겨버렸다. 철저한 통제와 투명한 공공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책무를 저버린 채, 특정 단체에 ‘특혜성 묵인’을 해준 셈이다. 행정이 멀리 보지 못하고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좇아 빗장을 열어주니, 공공시설이 특정 집단의 영토로 전락하는 폐단은 필연적 결과였다.

운영권을 손에 쥔 특정 동호회의 행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완주군민의 세금으로 만든 시설에서 그들은 주인 행세를 하며 일반 주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차별했다. 심지어 비회원들에게 이용료 명목의 비용을 직접 징수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군민 혈세로 지은 시설에서 법적 근거도 없는 사적 단체가 회원과 비회원을 가르고 돈을 걷는 행위는 공공시설 운영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기만이다.

여기에 이미 언론 보도를 통해 폭로된 국유지 무단 점용 의혹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공공시설을 운영한다는 단체가 인접한 나라 땅까지 무단으로 점용하며 세를 불려왔다는 의혹은, 이들이 공공재를 얼마나 우습게 여겼는지를 증명하는 대목이다. 사실관계는 관계기관의 조사를 통해 최종 확정되겠지만, 이러한 의혹이 대낮에 불거질 때까지 행정기관은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이는 완주군 행정의 관리·감독 체계가 사실상 마비되어 있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일부 동호인들은 자신들이 잔디를 깎고 시설을 정비했기 때문에 독점적 우선권이 있다고 궤변을 늘어놓는다. 본말이 전도된 착각이다. 공공의 재산인 부지와 시설을 무상으로 누리는 특혜를 받았다면, 자발적 봉사와 관리는 당연한 의무이자 보답이어야 했다. 기득권을 누리기 위해 행한 사적 관리를 무기로 공공재를 독점하려는 태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집단이기주의일 뿐이다. 관리하는 자가 오히려 주민의 정당한 이용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면, 그 단체는 시설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

결국 오늘의 파크골프장 파행은 동호회의 탐욕과 행정의 무능이 결탁한 결과다. 시설을 만들 때는 주민 복지를 외쳤지만, 운영 단계에서는 표심 관리를 위해 기득권의 횡포를 방치한 행정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군민의 재산이 특정 집단의 사유물로 전락하고 주민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는 동안, 지자체는 수수방관하며 직무를 유기했다.

이제 적당한 타협이나 미봉책은 통하지 않는다. 완주군민의 혈세로 조성된 파크골프장은 단 1초도 특정 동호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행정당국은 즉각 현장 조사를 통해 비회원 비용 징수의 위법성과 국유지 무단 점용 의혹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고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울러 특정 클럽에 내어준 기득권적 운영권을 즉시 회수하고, 투명한 온라인 예약제와 공공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주민 복지를 내세워 만든 시설이 일부의 기득권을 채우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면 그것은 복지가 아니라 특혜이며 반칙이다. 사유화된 골프장을 하루빨리 군민에게 온전히 돌려주어야 한다. 기득권의 놀이터로 전락한 파크골프장을 청산하는 것은 완주군 행정이 무너진 공공성을 회복하고 주민에 대한 신뢰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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