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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호남’에 또 속았다, 전북인이여 정신 차려라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전북 정치의 부끄러운 민낯


정부가 발표한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의 뚜껑이 열렸을 때, 전북도민들이 마주한 것은 경악을 넘어선 참담함이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무려 800조 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가 예고됐지만, '호남권 투자'라는 허울 좋은 명목 아래 전북의 이름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전남과 광주에 반도체 투자가 집중되고 충청권이 대규모 프로젝트를 선점하는 사이, 전북은 양 축에 낀 비참한 '샌드위치'이자 철저히 소외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더욱 분통이 터지는 것은 지역의 미래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이 비상시국에, 전북의 민의를 대변하겠다던 정치권의 모습이다. 지난 선거철, 전북 발전을 공약으로 내걸며 자신만만했던 신임 도지사는 물론이고, 표를 달라고 읍소하던 국회의원들 중 누구 하나 책임 있게 나서서 '전북 몫'을 뺏어오려는 처절한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정권 초기,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대거 중앙정부의 핵심 장관직으로 입각하고, 국회 예결위원장과 법사위원장 등 예산과 입법을 쥐락펴락하는 요직을 속속 차지했을 때 도민들은 비로소 전북에 최고의 기회가 찾아오는 줄 알았다. 전북 유권자들이 보내준 압도적인 지지에 보답이라도 하듯, 중앙 무대의 실세가 된 그들이 낙후된 고향의 눈물을 닦아주고 해묵은 차별의 고리를 끊어내 줄 것이라 굳게 믿었다.

그러나 기대가 깊었던 만큼 배신감은 뼈아프다. 중앙의 화려한 요직을 꿰찬 전북의 정치인들은 그 막강한 권력과 영향력으로 전북의 실리적 몫을 챙기기는커녕, 오직 권력의 중심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줄 세우기 정치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중앙의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제 밥그릇 챙기기와 세력 과시에 바쁜 그들에게, 정작 전북의 거대 현안과 도민들의 삶은 뒷전이었음이 이번 '반도체 패싱'으로 여실히 증명되었다.

이러한 무능과 무책임은 중앙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심의 최전선에 있어야 할 제13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역시 임기 시작부터 무기력하기 짝이 없다. 청와대와 국회로 상경해 삭발이라도 하며 투쟁을 벌이거나, 시민사회와 연계해 치밀한 생존 전략을 짜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그들이 한 일이라곤 그저 '에어컨 바람 빵빵한' 도의회실 안락한 의자에 앉아 "정부 조치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자기들끼리 신세한탄 섞인 성명서를 내놓은 것이 전부다. 야당인 국민의힘 도당조차 청년 유출을 우려하며 목소리를 높이는데, 거대 여당의 안방인 지역 도의회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뒷짐만 지고 있으니 가슴이 터질 노릇이다.

언제까지 우리는 '호남'이라는 거대한 프레임 속에 묻혀 전북의 몫을 빼앗기고도 침묵해야 하는가. 정치인들의 화려한 말잔치와 영전 소식에 속아 온 전북도민들의 인내심은 이제 바닥을 드러냈다. "일반 도민들이 더 분노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나 몰라라 한다"는 전주시민의 울부짖음은 현 전북 정치권을 향한 준엄한 심판의 전주곡이다.

전북도민이여, 이제는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저들이 중앙에서 누리는 요직과 권세가 전북 유권자들의 피눈물 어린 표 위에서 나온 것임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내가 뽑은 국회의원들이, 내가 뽑은 도지사와 도의원들이 정작 지역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맹목적인 지지의 대가가 '철저한 소외'라면, 고향을 배신하고 안주하는 정치인들에게 더 이상 관용은 없다. 행동하지 않는 무능한 정치꾼들은 반드시 도민들의 매서운 심판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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