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미래 산업지도를 새로 짜는 메가프로젝트에서 전북이 또다시 변방으로 밀려났다는 소식은 도민들에게 큰 허탈감과 배신감을 안겨주고 있다. 반도체와 AI,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한 국가 전략사업은 향후 수십 년간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업이다. 이처럼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전북이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면 정부의 정책적 판단도 문제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전북 정치권의 대응은 더 큰 문제다.
더욱 답답한 것은 사업이 발표된 뒤에야 유감과 아쉬움을 표명하는 모습이다. "노력하겠다", "정부와 협의하겠다", "추가 반영을 건의하겠다"는 원론적 발언만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국가사업은 발표 이후가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치열한 논리와 협상으로 지역의 몫을 확보해야 했다.
전북은 결코 경쟁력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다. 새만금이라는 국가적 자산이 있고, 재생에너지와 농생명산업, 미래 모빌리티를 연계할 잠재력도 충분하다. 문제는 이러한 강점을 국가 전략과 연결시키는 정치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관계 부처를 움직이며, 여야를 초월해 지역의 이익을 관철시켜야 했다. 잘난 전북의 정치인들은 무얼했는가?
도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전북을 배제한 것도 문제지만, 이를 막아내지 못한 지역 정치권은 무능인가 태만인가? 전북의 미래가 걸린 문제 앞에서 정쟁은 사라지고 초당적 협력이 앞서야 했지만 그런 모습은 없었다.
이제 전북 정치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 발표 뒤 성명을 내는 정치가 아니라 정책을 설계하는 과정부터 참여해 전북의 논리를 반영시키는 정치가 필요하다. 지역의 발전은 구호나 호소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치밀한 전략과 끈질긴 협상, 그리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정치력이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
메가프로젝트에서 빠진 것은 전북만이 아니다. 전북 정치의 존재감도 함께 빠졌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전북의 몫을 반드시 지켜내는 정치의 실력이다. 전북의 의원들은 모두 서울로 상경하라. 그리고 결과를 가져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