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교육감이 취임하면 새로운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새로운 출발이 반드시 기존 정책의 폐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행정이 아니라 수년, 때로는 수십 년에 걸쳐 결실을 맺는 장기 사업이다. 교육의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천호성 교육감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10대 핵심과제를 놓고 일각에서는 기존 정책의 이름만 바꿔 다시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과제는 기존 교육청이 추진하던 정책과 방향이나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정책은 시대 변화에 맞춰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 정책을 새 이름으로 포장하는 데 그친다면 행정의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의 출처가 아니라 정책의 가치다. 전임 교육감이 추진했든, 현 교육감이 구상했든 학생과 교사, 학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면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옳다. 행정은 개인의 작품이 아니라 도민의 자산이기 때문이다. 잘된 정책을 정치적 이유로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기존 정책을 이름만 바꿔 새 정책인 것처럼 내세우는 일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교육청이 "전임 교육감 시절 추진된 정책 가운데 성과가 확인된 사업은 적극 승계해 더욱 발전시키겠다"고 당당하게 밝힌다면 도민들은 이를 성숙한 행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정책을 이어받는 것은 창의성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육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책임 있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모두 좋은 것이 아니며, 오래된 것이라고 모두 낡은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학생을 위한 정책이고 전북교육의 미래를 위한 정책이냐는 점이다. 이름을 바꾸는 데 행정력을 쏟기보다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투명하면 당당할 수 있다. 승계할 것은 승계하고, 바꿀 것은 분명한 이유를 갖고 바꾸면 된다. 정책은 누구의 소유가 아니라 도민과 학생의 자산이다. 교육행정이 보여줘야 할 것은 새 간판이 아니라 흔들림 없는 철학과 일관된 실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