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직장 내 괴롭힘과 허위 경력 의혹… 완주문화재단의 총체적 부실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지역의 문화예술 진흥과 주민의 풍요로운 문화 복지를 선도해야 할 공공기관이 도덕적 해이와 구조적 부실의 깊은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최근 언론을 통해 낱낱이 드러난 완주문화재단의 내부 사태는 단순히 개인 간의 우발적인 갈등이나 일시적인 일탈을 넘어, 조직 관리의 총체적 실패와 인사 검증 시스템의 전면적인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참담한 압축판이다.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심각한 인권 침해와 고위 간부 직원의 허위 경력 의혹이 동시에 수면 위로 터져 나오면서, 재단이 쌓아온 공공성의 신뢰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본보의 집중 보도로 세상에 알려진 이번 사태의 가장 치명적인 본질은 바로 ‘지속성과 은폐성’에 있다. 지난 3월 최초로 불거진 가해자 A 국장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이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숨죽이며 고통을 삼켜왔던 피해자들의 추가 폭로가 꼬리를 물며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나온 1년의 시간이 문자 그대로 지옥 같았다”는 피해들의 생생하고 참담한 절규는 조직 내부에서 괴롭힘이 특정인 한두 명에 그친 일회성 사건이 아님을 증명한다. 도리어 직위를 이용한 갑질과 억압이 오랜 기간 광범위하고 상습적으로 자행되어 왔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방증이다.

더욱 심각하고 참담한 대목은 피해자들이 왜 오랜 시간 동안 고통을 겪으면서도 즉각 신고하거나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고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고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내에 신고한 사실이 드러나면 A 국장이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고, 오히려 내가 인사상의 불이익이나 더 큰 보복 피해를 볼까 봐 두려웠다”고 토로했다. 이는 재단 내부에 피해자를 온전히 보호하고 구제해야 할 최소한의 신고 시스템과 안전장치가 완전히 마비되어 있었음을 뜻한다.

가해자의 초법적인 권력이 조직원 전체에게 거대한 공포로 작용하는 동안, 재단 지휘부와 관리 책임자들은 이 엄중한 현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알고도 방조했다는 무거운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비겁한 ‘침묵의 카르텔’이 조직을 안으로부터 철저히 좀먹는 동안, 영혼을 파괴당하는 고통은 고스란히 하위직 직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해자인 A 국장이 재단 입사 당시에 가짜 경력 서류를 제출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완주경찰서에 고발장이 접수되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은 도민과 군민들에게 실망감을 넘어 극심한 분노를 자아낸다. 만약 이 의혹이 경찰 수사를 통해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밝혀진다면, 이는 우리 공공기관의 채용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고 무력하게 작동해 왔지를 증명하는 뼈아픈 사례가 될 것이다.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미달의 인사가 어떻게 공공기관의 요직을 꿰차고 앉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는지, 그 채용 과정의 명확한 배후와 부실한 스크리닝 체계에 대해 날카로운 검증이 칼날처럼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애초에 첫 단추부터 철저하게 잘못 끼워진 ‘인사 참사’가 예고된 구조적 인재(人災)를 불러온 셈이다.

직장 내 괴롭힘과 채용 비리 의혹은 개별적인 두 사건이 아니라 공공 조직의 기강 해이라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쌍둥이 악재다.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은 공공기관에서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해야 할 자리에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 단지 권력과의 친분이나 허위 경력에 기대어 들어앉을 때, 그 조직의 기강은 무너지고 결국 무고한 구성원들의 눈물과 고통을 대가로 치르게 된다. 이번 완주문화재단 사태는 비단 하나의 재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내 산하 공공기관 전체에 만연해 있을지 모르는 안일한 관리 감독 태도에 대한 강력한 경종이다.

완주문화재단은 전북도민과 완주군민의 소중한 혈세로 운영되는 엄연한 공공의 자산이자 문화적 보루다. 따라서 완주군과 재단 당국은 이번 사태를 단순히 재단 내부의 형식적인 경고나 꼬리 자르기식 인사위원회 회부 정도로 어물쩍 넘겨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사태의 엄중함을 깨닫고 완주군은 즉각 전면적이고 독립적인 특별 감사에 착수해야 마땅하다. 아직 전면에 드러나지 않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는지 조직 전체를 대상으로 철저한 전수조사를 즉시 실시하고, 허위 경력 채용 의혹의 전말을 군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오랜 시간 상처받은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2차 가해 방지와 온전한 정신적·육체적 치유, 그리고 안전한 업무 복귀 지원책을 체해적으로 마련하는 일이다. 공공기관의 장과 간부라는 자리가 결코 부하 직원을 사적으로 억압하고 군림하는 지배의 수단이 될 수 없음을, 일벌백계의 엄중한 처벌을 통해 엄격히 증명해야 한다. 완주문화재단이 과거의 구태를 벗어던지고 환골탈태하여 진정한 군민의 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단호한 인적 청산과 근본적인 구조 개혁을 바라며, 행정당국의 책임 있고 전향적인 결단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