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11조8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다. 민생경제 회복과 지역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춘 이번 추경은 민선 9기 출범 직후의 첫 재정 운용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새로운 도정의 철학과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첫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추경을 들여다보면 눈에 띄는 것은 대규모 신규 공약사업이 아니다. 대부분의 핵심 공약은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검토 등 준비 단계에 머물렀고, 본격적인 예산 반영은 내년도 본예산으로 미뤄졌다. 이는 성급하게 공약을 밀어붙이기보다 재정 여건과 사업의 완성도를 함께 고려하겠다는 신중한 접근으로 읽힌다. 새 도정이 출범했다고 해서 보여주기식 사업을 무리하게 끼워 넣는 것보다 훨씬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있다.
결국 진정한 평가는 내년도 본예산에서 이뤄질 것이다. 내년 예산은 민선 9기의 철학과 정책 우선순위, 그리고 도정의 실력이 오롯이 담기는 첫 번째 성적표가 된다. 어떤 사업에 과감히 투자하고, 어떤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울 것인지에 따라 전북의 향후 수년이 결정될 수 있다. 도민 역시 내년 예산을 통해 이원택 도정이 약속한 변화가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할 것이다.
물론 공약은 많이 발표하는 것보다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리한 속도전은 예산 낭비와 행정 혼선을 불러올 수 있지만, 지나친 신중함 또한 도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중요한 것은 치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한 걸음씩 꾸준히 전진하는 일이다. 공약은 선거를 위한 약속이 아니라 도민과 맺은 계약인 만큼, 계획에서 실행으로, 실행에서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원택 지사는 이제 시작선에 섰다. 도민이 바라는 것은 화려한 구호도, 보여주기식 성과도 아니다. 약속한 정책을 하나씩 차질 없이 실현해 나가며 지역경제를 살리고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민선 9기가 공약 이행률과 정책 완성도 모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고, 그 성과가 도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성공한 도정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내년 본예산이 그 출발점이자 진정한 시험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