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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군정 의혹을 바라보는 시선, '정치적 공방' 아닌 '사법적 진실'이어야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Fact는 수사 기관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는 점
- 혐의 유무나 특혜 의혹의 진위는 아직 그 어떤 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


최근 고창군정이 거센 폭풍우의 중심에 섰다. 수사 기관이 심덕섭 고창군수를 둘러싼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 및 군정 주요 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지역 사회는 물론 전북 정가 전체가 깊은 술렁임에 빠져들었다.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성명서를 통해 성역 없는 철저한 수사와 진실 규명을 강하게 촉구하고 나섰고, 심 군수와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 측은 “사실관계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인 의혹 제기”라며 명예훼손 고소와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강경한 법적 대응으로 맞불을 놓았다. 매서운 공방 속에서 고창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저마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지럽게 흩어지고 있다.

불과 얼마 전 치열했던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정치적 이벤트가 막을 내린 시점이다. 선거의 열기가 가라앉고 이제는 지역의 미래와 민생을 위해 온전히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때, 터져 나온 이번 사안을 또다시 진영 간의 주도권 싸움이나 해묵은 정치적 흠집 내기로 바라보는 것은 심각한 소모전일 뿐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당 간의 정쟁이나 감정적인 대립이 아니다. 오직 명백한 증거와 법리에 기반한 ‘사법적 진실’이며, 이를 차분하게 도출해 내는 성숙한 사법 절차의 이행이다.

이 사안에서 우리가 명확히 구분해야 할 현재의 '팩트(Fact)'는 수사 기관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는 엄연한 사실, 그리고 이를 통해 의혹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엄정한 법적 절차가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경찰의 압수수색은 제기된 의혹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일 뿐, 그것이 곧 혐의의 확정이나 유죄의 증거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심덕섭 군수의 혐의 유무나 고창군정이 추진해 온 여러 사업을 둘러싼 특혜 의혹의 진위는 아직 그 어떤 것도 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의사실 공표성 보도나 확인되지 않은 무분별한 억측, 혹은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른 확증 편향으로 한 개인과 고창군 행정 전체를 미리 범죄자 취급하는 '마녀사냥'식 태도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단지 법정 안에서만 통용되는 격언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지켜야 할 이성의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창군이 추진해 온 주요 사업들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의혹을 제기하는 측의 주장과 군청 측의 해명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고창종합테마파크 조성사업이나 터미널 도시재생 혁신지구 사업, 공유재산 매각 등은 고창의 수십 년 미래를 좌우할 굵직한 국책 및 민간 투자 사업들이다. 고창군 측의 설명대로 터미널 혁신지구 사업의 경우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터미널 단독 예산이 아니라 LH 공공임대주택 건립 등이 포함된 전체 사업비이며, 국토교통부의 까다로운 통합심의 등 수년에 걸친 다각도의 검증을 거친 국가 시범사업이다. 과거 감사원 등에서 지적받았던 일부 절차적 미비점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를 곧바로 거대한 사익 추구나 악의적인 비리로 연결 짓는 것은 행정의 본질을 왜곡하는 일일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의 정당성과 불법성 여부는 결국 수사를 통해 명명백백히 가려질 영역이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지역 사회가 강력히 요구해야 할 본질은 '성역 없는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 그 자체다. 사법 기관은 그 어떤 정치적 고려나 외부의 압력, 혹은 지역 여론의 동요에 흔들리지 말고 오직 확보된 증거와 엄격한 법리에 따라서만 의혹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만약 수사 결과 실제로 법을 위반한 잘못이 드러난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지엄한 법의 심판과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공직 사회의 기강을 세우고 군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번 사태가 구체적인 실체 없이 근거 없는 정치적 음해나 악의적 제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수사 기관은 신속하고 명확한 결론을 내려 고창군정이 하루빨리 혼란을 수습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억울한 누명을 씻어주어야 한다.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인해 지역 행정이 마비되고 대외적 신뢰도가 추락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고창군민 전체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의혹은 언제든 제기될 수 있고, 민주 사회에서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은 정당한 권리다. 수사 기관이 움직이는 것 또한 사법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최종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우리가 취해야 할 가장 성숙한 자세는 감정적인 비난이나 성급한 예단이 아니다. 사법 기관의 투명한 공조와 엄정한 법 집행 과정을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시선으로 지켜보는 것, 섣부른 확신 대신 법의 절차를 신뢰하며 묵묵히 주시하는 것만이 고창군의 행정 신뢰를 지키고 우리 지역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가장 균형 잡힌 길이다. 진실은 요란한 구호가 아니라, 묵직한 법과 정의의 절차 속에서 스스로 증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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