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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제는 밀라노가 아니라 예산이다

해외 출장은 필요할 수 있다. 국제 스포츠 현장을 둘러보고 선진 사례를 배우는 것 역시 교육행정의 역할 가운데 하나다. 따라서 이번 논란의 본질은 누가 밀라노를 다녀왔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왜 그 예산을 사용했느냐에 있다.

전북교육청을 둘러싼 밀라노 출장 논란은 단순한 해외출장 시비가 아니다. 학생 체육 육성을 위해 편성된 예산이 해외출장 경비로 집행됐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예산 편성 목적과 집행 원칙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문제다. 예산은 의회의 심의를 거쳐 특정 목적을 위해 편성되는 공적 자금이다. 편의에 따라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면 예산의 신뢰는 물론 행정의 신뢰까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에서 함께 짚어야 할 부분은 출장의 필요성과 심사 절차의 공정성이다. 해외출장이 정말 학생 교육과 체육 발전에 필수적인 일정이었는지, 다른 대안은 없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또한 심사 과정이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졌는지도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규정을 갖췄다고 해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책임자의 관리 책임도 피해갈 수 없는 대목이다. 최고 책임자는 세부 집행을 모두 알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예산이 적법하게 사용되도록 관리·감독할 책임만큼은 결코 가벼워질 수 없다. "몰랐다"는 해명은 사실관계는 설명할 수 있을지 몰라도 행정적 책임까지 덜어주지는 못한다. 공직사회일수록 결과뿐 아니라 관리 책임 역시 엄중하게 따져야 하는 이유다.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공정과 원칙을 가르치는 기관이다. 그런 교육기관에서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이 의혹을 둘러싼 해명이 오락가락하거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면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는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감정적 공방이 아니라 철저한 사실 규명이다. 교육청은 자체 감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예산 집행이 부적절했다면 환수와 문책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도의회 역시 견제기관으로서 면밀한 검증을 이어가야 하며, 필요하다면 감사원 감사 등 외부 검증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번 논란은 해외출장 자체가 문제가 아니다. 예산은 목적에 맞게, 절차는 공정하게, 책임은 분명하게 집행됐는지가 본질이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교육행정의 투명성과 예산 집행의 원칙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공직사회에서 신뢰는 해명이 아니라 원칙을 지킬 때 비로소 회복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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