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택 전북도지사가 총사업비 3조4,500억 원 규모의 국가사업을 정부에 건의하며 민선 9기 첫 국가예산 확보전에 나섰다. 단순한 예산 요청을 넘어 민선 9기의 핵심 공약을 국가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한 첫 공식 행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새만금 K-푸드 수출허브단지와 새만금 국가정원, 협업지능 피지컬AI 혁신캠퍼스, 군산조선소 5G 기반 M.AX 실증 플랫폼, 국립식품박물관, 전주교도소 이전부지 국립문화시설 조성사업 등은 산업과 문화, 관광, 첨단기술을 아우르는 미래 성장전략이라는 점에서 전북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업들은 과거처럼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중심에서 벗어나 AI와 K-푸드, 미래 제조업, 문화산업 등 국가 성장전략과 맞닿아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 정책과 보조를 맞춘 전략은 국가예산 확보 가능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접근이기도 하다. 전북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은 어디까지나 '건의' 단계일 뿐이다. 국가사업은 정부에 요청했다고 자동으로 예산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다. 기획예산처 심의와 정부안 반영, 국회 예산 심의를 거쳐야 비로소 사업이 현실이 된다. 지금은 출발선에 섰을 뿐이며,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그동안 전북은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수많은 건의와 방문, 협의를 이어왔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도민들은 더 이상 '정부를 찾아갔다'는 소식보다 '예산을 확보했다'는 결과를 원한다. 예산 확보는 행정의 절차가 아니라 정치력과 협상력, 그리고 실행력이 만들어내는 성과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원택 지사를 중심으로 전북도와 지역 국회의원, 정치권이 정파를 떠나 하나의 목소리로 정부와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행보가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집념이다.
민선 9기의 첫 국가예산 확보전은 분명 희망적인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그 출발이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가예산은 건의서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과 끈질긴 설득 끝에 얻어지는 결실이다. 도민이 기대하는 것은 화려한 계획이나 대규모 사업 발표가 아니다. 전북의 미래를 바꿀 예산을 실제로 확보해 지역 발전과 도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원택 도정이 '건의한 도정'이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낸 도정'으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