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유지관리제도는 건축물의 정보통신 설비를 전문기술자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함으로써 시설의 안전성과 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눈에 보이지 않는 통신망은 오늘날 전기·소방시설 못지않게 국민의 일상과 직결되는 기반시설이다.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애는 물론 안전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제도의 취지와 거리가 멀다. 일부 업체에서 기술자를 실제 근무시키지 않고 이름만 빌려 선임하는 이른바 '명의장사'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류상으로는 유지관리자가 선임돼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전문기술자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지관리제도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이는 단순한 편법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기만행위에 가깝다.
정보통신 설비는 한 번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는 시설이 아니다. 지속적인 점검과 예방 정비가 이뤄져야 장애를 막을 수 있고,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전문기술자의 역할은 단순히 서류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책임지는 데 있다. 따라서 유지관리자의 실질적인 업무 수행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편법이 성실하게 유지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들까지 피해자로 만든다는 점이다. 정상적으로 기술자를 고용하고 정기점검을 실시하는 업체는 그만큼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반면 명의만 빌려 운영하는 업체가 시장에서 버젓이 활동한다면 공정한 경쟁은 불가능하다. 결국 시장 질서는 무너지고 제도의 신뢰도 함께 흔들리게 된다.
정보통신 유지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국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의무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문기술자가 실제 현장에서 책임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이름만 등록된 관리자가 아니라 현장을 지키는 관리자가 있어야 제도의 존재 이유도 살아난다.
정부와 행정기관도 이제는 형식적인 선임 여부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명의대여와 같은 편법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제도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에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좋은 제도는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정보통신 유지관리제도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제도로 자리 잡을 것인지, 아니면 이름만 남은 제도로 전락할 것인지는 지금의 관리와 감독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