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혼인율이 전국 최하위 수준이라는 통계는 더 이상 단순한 인구지표가 아니다. 이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경고음이며, 지금까지의 인구정책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왔는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신호다. 이명연 전북도의원이 지적했듯이 출산과 양육 지원에 집중된 정책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혼 자체가 줄어드는 현실을 외면한 채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은 출발선이 빠진 대책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왔다. 출산장려금과 양육수당, 돌봄 지원, 보육시설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이 시행됐지만 정작 결혼을 시작하려는 청년들의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부족하고 주거비 부담은 커졌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은 여전하다.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환경이 지속되는 한 출산정책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적으로 혼인 건수가 회복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전북만 감소세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더욱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구 감소 현상이 아니라 지역 경쟁력의 약화를 의미한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남아 있는 청년들조차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현실이라면 전북의 미래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혼인율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지역의 경제와 고용, 주거, 문화, 교육환경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공공예식장 운영 실태 역시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시설을 만들어 놓고 이용 실적이 저조하다면 단순히 시설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왜 이용하지 않는지부터 분석해야 한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형식적인 지원이 아니라 실제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다. 예식비와 신혼집 마련, 초기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는 실질적 지원과 이용하기 편리한 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정책의 효과도 살아난다.
그러나 결혼 지원금만으로 혼인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결혼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안정적인 삶에 대한 확신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확충하며, 합리적인 주거정책과 생활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결혼 지원은 이러한 기반 위에서 비로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인구정책의 중심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출산 이후를 지원하는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결혼을 결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청년이 떠나지 않고, 떠난 청년이 다시 돌아오며, 지역에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다.
전북의 혼인율 최하위라는 오명은 결코 숫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다. 이제 행정은 출산 장려라는 결과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출발점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청년들이 '결혼할 수 있는 전북',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전북'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인구정책의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