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학생들이 배우는 공간이자 교사가 안전하게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런 교실에서 학생이 교사를 불법촬영하려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범행 자체가 아니다. 사건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가 파손·폐기됐고, 그 과정에 현직 경찰 간부인 학생의 아버지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이 순간 사건은 단순한 학교폭력이나 디지털 성범죄를 넘어 공권력의 신뢰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성격이 달라졌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불법촬영은 결코 장난이 아니다. 교사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범죄이며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중대한 행위다.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의식하며 수업을 해야 하고 언제 자신이 불법촬영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교단에 서야 한다면 정상적인 교육은 기대할 수 없다. 교권은 교사의 특권이 아니라 학생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받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그 이후에 있다. 경찰은 범죄를 수사하는 조직이며 증거를 확보하고 보존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책무다. 그런데 현직 경찰 간부가 자신의 아들이 연루된 사건에서 핵심 증거를 파손하고 폐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법률적 판단은 사법 절차에 맡기더라도 국민은 상식의 잣대로 사건을 바라본다. 증거가 왜 사라졌는지, 누구를 위해 사라졌는지, 사건의 진실 규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단어가 '제 식구 감싸기'라는 사실이다. 공권력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다. 가족이나 조직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권력이 아니다. 일반 시민보다 더 높은 윤리성과 책임을 요구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는 이미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증거인멸 의혹과 공정성 논란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그때마다 철저한 수사와 신뢰 회복을 약속했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약속이 아니라 결과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 신뢰는 말이 아니라 원칙을 지킨 수사와 엄정한 처분으로만 회복된다.
이번 사건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현직 경찰 간부가 연루됐다는 이유로 단 한 점의 특혜나 온정도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일반 사건보다 더 엄격한 기준으로 수사해야 한다. 경찰 조직의 명예는 사건을 덮는 데서 지켜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가장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때 비로소 세워진다.
전북교사노조가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것은 당연하다. 이번 사건은 한 교사의 피해를 넘어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를 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다룰 것인지를 보여주는 시험대다. 만약 이번 사건마저 흐지부지 끝난다면 교사는 교단에서 더욱 위축될 것이고 학생들은 잘못된 메시지를 배우게 될 것이다. 범죄보다 더 위험한 것은 범죄를 대하는 사회의 무감각이다.
전북교육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피해 교사에 대한 심리·법률 지원과 2차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학생 인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을 침해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북경찰 역시 조직 방어가 아니라 진실 규명의 관점에서 사건에 접근해야 한다. 증거가 사라진 경위와 사건 개입 여부를 한 점 의혹 없이 밝혀 국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현직 경찰 간부라는 신분은 참작 사유가 아니라 더 엄격한 책임을 묻는 기준이 되어야 한다.
법치는 법을 아는 사람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될 때 비로소 정의가 된다. 공권력은 가족을 지키는 방패가 아니라 국민을 지키는 울타리여야 한다. 국민은 특권을 가진 경찰이 아니라 누구보다 먼저 법을 지키는 경찰을 원한다.
이번 사건은 한 교사의 피해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공교육의 신뢰를 지키고 공권력의 공정성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법 앞에 예외는 없다. 학생도, 학부모도, 경찰관도 마찬가지다. 전북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보여줘야 할 것은 변명이 아니라 원칙이며, 조직 논리가 아니라 정의다. 그것만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