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정보통신설비 유지관리자 선임 제도의 허점을 악용한 자격 및 명의 대여 의혹이 업계 안팎에서 잇따라 제기되면서 사법당국의 전면적인 수사와 정부의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보통신설비 유지관리 제도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를 전문기술자가 직접 관리하도록 해 통신 장애와 해킹, 정보 유출 등 각종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다. 기술자 1명이 관리할 수 있는 건축물을 5곳으로 제한한 것도 명의만 빌려주는 형식적 선임을 차단하고 실제 유지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일부 기술자가 다른 회사에 근무하면서 유지관리업체에 자격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편법과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격 대여는 물론 허위 서류 제출과 부당한 금품 수수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지적이다.
문제는 행정기관의 선임 확인 절차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점이다. 유지관리자 선임 과정에서 실제 근무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가입 확인서 대신 업체가 비교적 손쉽게 발급할 수 있는 재직증명서를 제출받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정이 결과적으로 편법과 불법을 차단하기는커녕 제도의 허점을 방치하거나 묵시적으로 용인하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현행 제도로는 기술자가 실제 해당 업체에서 근무하는지, 다른 회사에 재직하면서 이름만 빌려준 것은 아닌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법이 의도한 '실질적인 유지관리'는 사라지고 서류상 선임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보통신설비 유지관리는 단순한 시설 관리가 아니다. CCTV와 네트워크, 출입통제, 방송설비 등 국민의 안전과 정보보안에 직결되는 분야다. 명의만 빌린 기술자가 현장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면 통신 장애는 물론 해킹과 정보 유출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법당국은 자격 대여와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에 착수하고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기술자와 업체 모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관계부처 역시 유지관리자 선임 시 4대 보험 가입 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기존 선임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제도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한다. 제도의 허점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정보통신설비 유지관리 제도는 신뢰를 잃고 국민의 정보보안과 통신 안전도 함께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