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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가 이끈 1,270억 투자…전북, 동물의약품 산업 중심지로 거듭나야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전북특별자치도가 익산시, 정읍시, 그리고 국내 동물의약품 전문기업 11곳과 총 1,273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전국 최초로 지정된 ‘차세대 동물의약품 규제자유특구’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번 투자 협약은 단순한 기업 유치나 자본 유입이라는 수치적 성과를 넘어, 그동안 제도적 한계로 정체되어 있던 도내 바이오·농생명 산업의 체질을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대규모 민간 투자가 가능했던 가장 핵심적인 동인은 다름 아닌 ‘규제 완화(규제 특례)’에 있다. 그동안 세계 동물의약품 및 헬스케어 시장은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폭발적 증가와 가축 전염병 대응 수요 확대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왔다. 이미 글로벌 시장은 국가적 차원의 핵심 미래 산업으로 부상했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동물의약품 기업들은 보수적인 규제 체계와 명확한 인허가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인해 심각한 병목현상을 겪어 왔다.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도 모호한 심사 기준 때문에 상용화가 지연되거나 불필요하게 복잡한 독성시험 절차에 가로막혀 시장 진입 자체가 차단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던 까닭이다. 기업 입장에서 이러한 ‘제도적 불확실성’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이 이끌어낸 규제자유특구는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규제의 벽을 과감히 낮추는 실질적인 대안이 되었다. 특구 지정에 따라 신약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심사기준이 새로 신설되고, 자가백신 허용 대상이 확대되며, 일부 독성시험 항목이 면제되는 등 파격적인 규제 샌드박스가 적용된다. 개발과 검증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자, ㈜케어사이드(1,050억 원)를 비롯한 유망 기업 11곳이 “전북에 가면 규제 장벽 없이 빠르게 상용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1,200억 원이 넘는 과감한 투자를 확정한 것이다. 지자체의 규제 혁신 노력이 민간 자본의 투자 유치로 직결된 모범적 사례라 평가할 만하다.

사업의 구체적인 공간 배치와 역할 분담 역시 대단히 현실적이고 전략적이다. 익산은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자가백신 실증을 담당하고, 정읍은 독성 검증과 안전성 평가를 맡아 도내 지자체 간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분업화했다. 여기에 한국동물용의약품평가연구원과 국가독성과학연구소 등 지역 내 구축된 공공 연구 인프라, 그리고 도내 대학들의 연구 역량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타 지자체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막강한 산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구 지정과 투자협약 체결은 사업의 시작점일 뿐,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실증 사업이 구체적인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후속 과제가 적지 않다.

첫째, 투자협약이 차질 없는 실제 투행으로 이어지도록 밀착 행정 지원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부지 확보부터 공장 건설, 실증 장비 구축에 이르기까지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행정적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원스톱 지원이 필수적이다.

둘째, 신규 고용 인력(137명 이상)에 대한 체계적인 지역 인재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 특구 내 유치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바이오 R&D 전문 인력과 생산 관리 인력을 도내에서 원활히 수급할 수 있도록, 전북대 수의과대학 등 도내 대학들과 연계한 맞춤형 인력 양성 프로그램이나 계약학과 신설 등의 후속 조치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규제 완화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4년간의 실증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관련 규제 특례가 국가 법령 개정으로 완전히 정착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투자는 일회성에 그칠 위험이 있다. 전북도는 실증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와 입증된 안전성을 바탕으로 중앙부처와 지속해서 협의하며 관련 법 개정을 이끌어내는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지역 산업 발전의 핵심은 지역이 가진 기존의 강점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있다. 농생명 자원과 바이오 인프라에 규제 혁신을 결합해 전국 최초로 닻을 올린 전북의 동물의약품 특구가 지역 경제의 든든한 새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차분하고 착실하게 사업을 추진해 나갈 전북특별자치도와 익산시, 정읍시, 그리고 현장에서 땀 흘릴 11개 참여 기업의 성과를 담담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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