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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흔들리는 미국의 신뢰, 더 외로워진 한국 외교

- 이란전 부담 동맹에 떠넘기고 연합훈련까지 압박.한미동맹 지키되 국익 중심의 신중한 외교 절실
한때 ‘세계의 경찰’을 자처했던 미국의 국제적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외교와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가 오랜 동맹국들마저 불안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연합훈련 축소 지시도 그런 우려를 키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에 적극 동참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으면서 한미연합훈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이란전의 명분과 장기화에 대한 논란이 미국 내부에서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부담을 오랜 동맹국에 나눠 지우려 하고, 한국이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반도 안보의 핵심인 연합훈련까지 압박 수단으로 삼는다면 과연 건강한 동맹의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스라엘과 미국의 대이란 군사행동을 둘러싸고 전쟁의 명분과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이 한미동맹을 이유로 한반도 방어와 직접 관계없는 전쟁에 무조건 참여해야 할 의무는 없다. 동맹은 일방의 요구에 복종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국익과 안보를 존중하는 관계여야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미국의 태도가 한국 외교를 더욱 외롭고 어려운 위치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이다. 북·중·러의 밀착이 강화되는 가운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여전하다. 중국은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이고 미국은 핵심 안보동맹이다. 여기에 중동전쟁과 통상, 대미 투자, 방위비 문제까지 얽히면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외교적 공간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재명 정부가 냉정해야 한다. 감정적으로 미국과 맞서는 것도 위험하지만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것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미동맹은 굳건하게 유지하되 우리의 국익과 안보에 관한 원칙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국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다. 믿었던 동맹마저 언제든 자국의 이해를 앞세울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한민국 외교가 어느 때보다 외롭고 힘든 시기를 맞고 있음을 자각하고, 정부는 한 걸음 한 걸음 더욱 신중하고 치밀하게 국익 중심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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