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소재지 결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전북특별자치도와 남원시가 남원 유치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 14일 전북도에 국립의전원 설립 부지 검토보고서를 요청한 것은 이제 논의가 선언을 넘어 실제 입지 결정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전북도와 남원시는 월락동 일원 예정부지 6만4,792㎡ 가운데 55.1%를 이미 매입했고 나머지 부지 대부분도 매매 동의를 확보했다.
이제 정부가 답해야 한다. 남원은 갑자기 국립의전원 유치를 주장하고 나선 지역이 아니다. 2018년 서남대 폐교 이후 정부와 정치권의 약속을 믿고 8년을 기다렸고, 부지를 확보하며 국가 정책에 맞춰 준비해왔다. 국립의전원의 목적이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을 국가가 직접 양성하는 데 있다면 그 설립 취지를 가장 충실하게 구현할 곳이 어디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더욱이 국립의전원은 단순히 학교 건물 하나를 지방에 세우는 사업이어서는 안 된다. 교육은 남원에서 하고 임상교육과 수련은 서울에서 하는 이원화 방식이라면 결국 학생과 의료인력은 다시 수도권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남원에는 간판만 남고 핵심 기능은 서울에 집중되는 ‘무늬만 지방 국립의전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정부 일각에서 서울과 지방에 각각 캠퍼스를 두는 방식이 거론되는 만큼 더욱 경계해야 한다.
박희승 의원이 국립의전원뿐 아니라 국립중앙의료원까지 남원에 함께 배치해 교육·수련·진료·연구 기능을 집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학교와 수련병원이 가까워야 한다면 학교를 서울로 가져갈 것이 아니라 국가 공공의료의 핵심 병원을 지역으로 옮기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그래야 수도권 의료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에 새로운 공공의료 거점을 구축할 수 있다.
전북도 역시 이제 단순한 ‘남원 유치’를 넘어 ‘남원 본원·교육·수련 일체화’를 협상의 마지노선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남원시와 지역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 또한 행정 편의와 수도권 중심의 기존 의료체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국립의전원은 지역에 건물 하나를 나눠주는 균형발전 사업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무너지는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다시 설계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8년을 준비한 남원에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검토와 약속이 아니라 정부의 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