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이 이른바 ‘도의원 사업’에 칼을 빼 들었다. 인수위원회 분석 결과 지난 4년간 도의원들과 관련된 교육청 사업 규모가 약 1,600억 원에 달하고, 130개 사업을 재검토해 10개를 문제 사업으로 추린 뒤 전문가 등의 검증을 거쳐 7개 사업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천 교육감은 문제가 확인된 사업은 예산에서 배제하거나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천 교육감의 문제 제기와 개혁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교육예산은 학생과 학교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 도의원이 지역 민원을 전달하고 필요한 교육사업을 제안하는 것은 당연한 의정활동이다. 그러나 의원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사업을 끼워 넣거나 교육청 공무원들이 이른바 ‘의원 사업’을 처리하느라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받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교육청은 사업과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하며 의회는 이를 감시하고 심의·의결하는 것이 기본적인 역할이다. 이 경계가 무너지면 교육예산이 정치인의 지역구 관리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천 교육감이 ‘1,600억 원’이라는 충격적인 규모를 공개한 이상 이제는 그 실체를 밝혀야 한다. 도의원 관련 사업이라고 모두 부당한 사업으로 몰아가서도 안 된다. 주민과 학교가 필요로 하는 사업을 의원이 전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130개 사업을 도의원 관련 사업으로 분류했는지, 문제가 있다는 10개 사업과 최종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7개 사업은 무엇인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사업 규모와 추진 경위, 문제점도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조치는 자칫 전임 교육행정을 지우거나 도의회를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역공에 직면할 수 있다.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와 공정한 잣대로 증명해야 한다.
천 교육감 자신에게도 같은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측근·파견교사 인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검증된 인재’라는 설명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도의원들에게 관행과 특혜의 고리를 끊자고 요구한다면 자신의 인사와 행정에도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개혁의 명분이 선다.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천 교육감의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면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 1,600억 원이라는 숫자를 던진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문제가 있다면 끝까지 밝히고 바로잡아야 한다. 도의회 역시 감정적인 예산 보복이나 힘겨루기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이번 기회에 교육청과 도의회의 잘못된 예산 관행이 있었다면 과감히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전북교육을 바로 세우고 도민의 세금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