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학생들의 현장체험학습비 지원을 추진하자 전북교총이 정책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학생 1인당 3만원을 지원해 학부모 부담을 덜고 체험학습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 자체는 나쁘지 않다. 문제는 돈이 아니다. 체험학습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에서 얻기 어려운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한 교육활동이다. 경제적 여건 때문에 체험 기회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교육청이 비용을 지원하는 것도 교육복지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 학교 현장이 체험학습을 꺼리는 이유가 비용 때문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교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사고 발생 이후 뒤따르는 민·형사상 책임과 아동학대 신고, 학부모 민원 등이다. 아무리 철저하게 안전지도를 하더라도 수십 명의 학생을 학교 밖에서 인솔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그때마다 인솔교사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간다면 어느 교사가 선뜻 체험학습을 추진하겠는가.
그런 상황에서 교육청이 3만원을 지원하며 체험학습 확대에 나서는 것은 정책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특히 지원사업이 학교별 체험학습 횟수를 늘리는 사실상의 압박으로 작용해서도 안 된다. 예산은 교육청이 지원하면서 사고에 따른 부담과 책임은 학교와 교사가 떠안는 구조라면 현장에서는 이를 교육복지가 아니라 또 하나의 업무와 위험 부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천호성 교육감은 취임 이후 줄곧 학교 현장과 교권 보호를 강조해 왔다. 그렇다면 이번 문제야말로 그 약속을 보여줄 시험대다. 체험학습을 확대하려면 먼저 사고 발생 시 교육청이 법률지원과 소송, 배상 등 책임의 전면에 서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교육활동 중 사고에 대해서는 교사가 홀로 법적 책임을 떠안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호책도 갖춰야 한다.
아이들에게 3만원을 지원하는 것만이 교육복지는 아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안심하고 학교 밖으로 데리고 나가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게 만드는 것도 교육청의 책임이다. 전북교육청은 체험학습비 지원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다시 들어야 한다. 돈보다 책임이 먼저다. 책임질 준비 없이 체험학습 확대부터 요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