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장 향한 협박성 성명의 본질은 이권 지키기. 검경은 지방의회의 타락한 관행을 뿌리 뽑아라
지방의회가 도민이 위임한 엄중한 권력을 어디까지 사유화하고 악용할 수 있는지, 그 참담한 민낯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최근 전북도의회가 도 교육 수장과 주요 지역 기관장을 겨냥해 집단 성명서를 발표하며 다분히 위력적이고 협박에 가까운 태도를 취한 초유의 사태는 단순한 정당 정치의 대립이나 의정 활동의 일환으로 치부할 수 없다. 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지방자치의 본래 목적을 완전히 상실한 채, 자신들의 이권에 도전하거나 협조하지 않는 기관을 향해 권력의 몽둥이를 휘두른 전형적인 ‘갑질 의정’의 극치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희수 도의회 의장은 독단적 결정이 아닌 ‘의장단 회의에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해명에 나섰지만, 이는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는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의장단이 모여 숙고했다고 해서 오만한 권력 남용이 정당성을 얻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의회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모의하여 기관장을 압박하는 데 동조했다는 자백이자, 도의회 내부의 타락한 기득권 구조가 얼마나 뿌리 깊게 고착화되어 있는지를 스스로 입증한 꼴이다. 도민의 삶과 지역 발전을 고민해야 할 의회가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집단 성명이라는 험악한 수단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에 도민 사회는 분노를 넘어 깊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무소불위로 폭주하는 지방의회의 오만함 뒤에는 수십 년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되어 온 ‘도의원 재량사업비(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라는 타락한 예산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도의원들이 지역구 예산 배정 권한을 쌈짓돈처럼 주무르며 지자체와 교육청, 공공기관의 사업 편성에 음음하게 개입해 온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정당한 예산 심의 권한을 볼모로 잡고,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나 이권 사업이 반영되지 않을 때마다 행정부와 교육청을 기강 잡듯 압박해 온 저열한 관행이 이번 집단 성명 파동의 진짜 뿌리다.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혈세를 담보로 벌이는 이 같은 이권 정치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암적 존재다. 도의원은 도민의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는지 감시하라고 선출된 대리인이지, 예산을 빌미로 기관장의 목죄기를 하거나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라고 권력을 부여받은 상전이 아니다. 도민의 세금이 의원 개인의 혜택인 양 포장되어 선심성 사업으로 낭비되고, 그 과정에서 부정한 유착과 밀실 거래가 오가는 구조를 내버려 두는 한, 전북 행정과 교육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땜질식 사과나 일회성 해명으로 넘어갈 단계를 지났다. 사법당국은 더 이상 지방의회의 권력형 비리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검찰과 경찰 등 사법기관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작동한 예산 청탁과 권력 남용 정황을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 나아가 특정 시기의 문제에 국한할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유구하게 이어져 온 도의원 재량사업비 내역 전체와 관행화된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 즉각적인 전수 수사에 착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투명하지 못한 예산 집행, 업자 및 기관과의 부정한 유착, 그리고 예산권을 무기로 행사된 모든 불법적 압력 행태가 성역 없이 파헤쳐져야 한다.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고서는 건강한 지방자치를 기대할 수 없다. 오만한 권력은 스스로 경계하지 않으며, 단죄받지 않은 비리는 반드시 되풀이된다. 전북 도민들은 혈세로 자신들의 기득권 성채를 쌓아 올린 타락한 지방의회에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다. 사법당국의 성역 없는 전수 수사만이 무너진 도의회의 도덕성을 바로잡고, 주권자인 도민의 자존심을 되찾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