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존립의 위기 속에서 벌어진 비대위원장 단식 농성. 법인과 대학 당국의 독선적 불통이 자초한 파국이다
지방대학이 벼랑 끝에 몰린 사면초가의 생존 위기 속에서, 지역의 대표적 사학인 전주대학교가 극한의 내홍으로 치닫고 있다. 대학의 정상화와 민주적 운영을 촉구하며 비상대책위원장이 결사 항전을 외치고 단식 농성에 돌입한 초유의 사태는 단순한 학내 갈등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에 큰 충격과 깊은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 대학 구성원이 대화와 소통의 문을 닫아걸은 채 목숨을 건 단식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기댈 수밖에 없도록 만든 주체가 누구인가. 이는 그동안 구성원들의 절규를 외면한 채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해 온 법인 이사회와 대학 당국이 자초한 명백한 인재(人災)이자 행정 폭거다.
학령인구의 급감과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파도가 덮치면서 전국의 모든 대학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 중차대한 시기에 대학의 경쟁력은 구성원 간의 단합과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에서 나와야 마땅하다. 그러나 전주대 본부와 재단은 구조조정, 학과 개편, 주요 재정 및 인사 운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을 철저히 소외시킨 채 일방통행식 행정을 강행해 왔다. 구성원들의 정당한 목소리를 ‘학교 운영을 향한 훼방’으로 치부하고, 독단적인 권력 행사를 고집해 온 구태가 오늘날 비대위원장의 단식이라는 파국적인 비극을 낳은 직접적인 원인이다.
대학은 특정 개인이나 재단의 소유물이 결코 아니다.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책임져야 할 상아탑이 민주적 가치를 상실하고 불통의 성채로 전락할 때, 그 조직은 이미 교육 기관으로서의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다. 교원과 직원들이 땀 흘려 가르치고 연구하며, 학생들이 꿈을 키워야 할 캠퍼스에서 구성원들의 대표가 굶주림을 참아가며 호소해야 하는 현주소는 참담하기 그지없다. 더욱이 학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당한 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대학 당국이 겉으로는 위기를 외치면서 정작 내부의 민주주의를 짓밟고 구성원들의 인권을 도외시한다면, 그 어떤 구조조정도 도민과 학생들의 동의를 얻을 수 없으며 결국 공멸의 길로 걸어 들어갈 뿐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학이 폐쇄적인 운영과 재단의 사유화 욕심으로 인해 스스로 몰락해 갔던 역사를 우리는 또똑히 기억하고 있다. 전주대 이사회 역시 이러한 사학의 전형적인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지성(知性)의 요람이어야 할 대학에서 합리적인 토론과 수의 과정이 사라지고 힘의 논리만 남았다는 것은, 재단과 대학 경영진이 자질 부족을 스스로 자백한 꼴이다. 벼랑 끝에 선 비대위원장의 단식은 개인의 투쟁이 아닌, 무너져 가는 전주대의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우려는 학내 구성원 전체의 마지막 비명이다.
이제 법인 이사회와 대학 당국은 비겁한 침묵과 오만한 태도를 거두고 결단해야 한다. 비대위원장의 단식이 더 큰 건강 악화나 돌이킬 수 없는 불상사로 번지기 전에, 대학 최고 책임자들이 직접 농성장을 찾아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대화의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독선적인 학사 운영과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전면 개혁하고, 구성원들과 머리를 맞대어 대학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로드맵을 다시 짜야 한다. 조건 없는 소통과 상생의 합의만이 현재의 파국을 수습하고 전주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전주대의 위기는 비단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주대는 전북 지역 인재 양성의 한 축이자 지역 상권과 지역 경제의 공생이 걸린 공공적 자산이다. 따라서 지자체와 지역 사회 역시 사학의 내홍이라며 강 건너 불 보듯 방관할 것이 아니라, 대학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중재와 모니터링에 나서야 한다. 오만한 독선을 버리고 상생의 대화로 응답할 때, 비로소 전주대는 벼랑 끝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학 당국은 참았던 도민들의 분노가 더 큰 심판으로 다가오기 전에 즉각 행정 폭거를 멈추고 대화에 나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