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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2천억 품은 농진청, 전북을 향한 직접·과감한 지원책 내놓아야 한다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내년도 예산안 1조 2,134억 원 편성
- 이전 12년, 단순 R&D 넘어서 전북 특화 직접적이고 자주적 지원과 농생명 생태계 투자로 응답할 때다


농촌진흥청이 내년도 예산안으로 1조 2,134억 원 규모를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 일상화, 식량 안보 위기, 그리고 농촌 소멸이라는 절박한 과제 앞에 발표된 이번 예산안은 대한민국 농업을 미래 첨단 성장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반영이다. 스마트농업 확대, AI 기반 데이터 농업 기술 보급, 저탄소 농업 R&D 등 미래 농업의 핵심 과제들이 총망라되어 있다는 점에서 예산 편성의 명분은 충분하다.

그러나 1조 2천억 원이 넘는 거대 예산의 숫자에 환호하기에 앞서, 우리는 가장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전북에 둥지를 튼 중앙 행정기관의 막대한 예산이 과연 그 터전을 제공한 전북 도민과 현장 농민들의 삶을 얼마나 직접적으로 바꾸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농진청이 전북 혁신도시로 이전한 지 10년이 지났다.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등 5대 국책기관이 집결하면서 전북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농생명 수도의 외형을 갖췄다. 하지만 도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온기나 농가 소득 증대 효과는 여전히 국책기관의 화려한 위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언컨대, 농진청은 혁신도시 이전기관으로서 전북도에 대한 직접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전북은 농진청과 관련 기관들을 품어 안기 위해 수많은 행정적·공간적 자원을 투입했고, 도민들은 지역 발전의 열망을 담아 이들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그렇다면 농진청 역시 단순히 전북을 ‘부지 제공지’나 ‘연구소 위치 지역’ 정도로 취급하는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중앙정부 차원의 국가적 R&D를 수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이 터 잡고 있는 전북 지역사회와 농업 현장을 향해 과감하고 직접적인 ‘지역 특화 지원책’을 내놓는 것은 선택이 아닌 당연한 의무이자 책무다.

우선, 농진청의 첨단 R&D 성과와 1조 2천억 원의 예산 중 상당 부분이 전북 농가에 직접적인 혜택으로 돌아가는 특화 사업으로 배정되어야 한다. 전북도가 추진 중인 농생명 산업 지구 지정 및 특구 조성과 연계하여, 도내 농가에 스마트팜 기술과 고부가가치 품종을 무상 또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우선 보급하는 실질적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실험실 안에서만 맴도는 R&D가 아니라, 전북의 논과 밭을 최첨단 기술의 '우선 실증 인프라'로 활용하고 그에 따른 수익과 성과를 도내 농민들에게 직접 돌려주는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또한, 지역 인재 채용 확대와 도내 대학·지역 기업과의 직접적인 공동 연구 예산 배정 등 도내 경제에 직접 실탄을 들이붓는 과감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벼랑 끝에 선 전북 농촌에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농진청이 보유한 최첨단 자산과 자금을 바탕으로 '전북 청년농 전용 창업·정착 패키지'와 같은 파격적인 직접 지원책을 신설해야 한다. 청년농의 정착 없이는 전북 농업의 미래도, 농진청의 존재 이유도 성립할 수 없다.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 역시 농진청을 향해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농진청 예산의 일정 비율이 전북 농업 발전과 지역 생태계 혁신에 직접 투입되도록 강력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농진청과의 협력을 유기적으로 이끌어내고, 전북의 토양에 맞는 맞춤형 직접 지원 체계를 법적·제도적으로 명시하게 만드는 것이 전북도정이 해야 할 일이다.

1조 2천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은 전북 도민의 이해와 협조라는 토대 위에 서 있다. 이제 농진청은 '전북 속에 섬처럼 존재하는 중앙기관'이 아닌, 전북 농민의 손을 직접 잡고 도내 농생명 산업을 끌어올리는 가장 든든한 지원군으로 거듭나야 한다. 농진청이 전북을 향한 과감하고 직접적인 지원책을 담대하게 내놓을 때, 비로소 혁신도시 이전의 완성이자 대한민국 농생명 수도 전북의 위대한 도약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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