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청의 이른바 ‘밀라노 외유’ 논란이 감사와 행정조치로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유정기 부교육감을 비롯한 출장 관계자들에게 신분상 행정조치가 내려지고 예산 집행을 총괄한 해당 부서 과장에게는 징계 처분이 내려졌다. 그러나 정작 당시 교육감 권한대행으로 교육청을 이끌었던 유 부교육감에게 어떤 책임을 물었는지는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래서는 책임 있는 감사라고 보기 어렵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해외출장 논란이 아니다. 학생 체육영재 육성을 위해 편성된 예산 3700만 원을 들여 교육청 최고위 간부 등이 6박 7일 일정으로 밀라노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방문하면서 촉발됐다. 출장 목적과 일부 일정의 연관성, 예산 집행의 적정성 등을 둘러싸고 거센 비판이 일었고 결국 출장비 전액을 자진 반납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감사의 핵심은 명확해야 한다. 누가 출장을 결정했고 누가 승인했으며, 학생들을 위해 사용돼야 할 예산이 어떤 판단과 절차를 거쳐 해외출장에 투입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특히 당시 교육청 최고 책임자였던 유 부교육감의 책임을 빼놓고 이 사건을 정리할 수는 없다.
더욱이 실무를 총괄한 과장에게는 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최고 책임자 등에 대한 조치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행정에서 권한과 책임은 비례해야 한다. 결재권과 결정권을 가진 고위직은 뒤로 빠지고 실무자에게만 무거운 책임을 묻는다면 공직사회가 이를 납득하겠는가.
출장비를 반납했다고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잘못 사용된 예산을 돌려놓는 것은 당연한 조치일 뿐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천호성 교육감 체제는 이번 사안을 어물쩍 봉합해서는 안 된다. 감사 결과와 처분 근거를 공개할 수 있는 범위에서 투명하게 밝히고 지위 고하를 막론한 책임 행정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추락한 전북교육 행정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 ‘밀라노 외유’의 마침표는 비공개 행정조치가 아니라 명확한 책임 규명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