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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방직 개발 9월 28일, 전주의 원칙을 세울 때다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6조원 개발 앞에 사업능력조차 확인 못한 전주시
- 자광의 시간표 아닌 ‘전주의 미래’가 판단 기준돼야
- 사업자 이행 능력 상실 시 협약 연장·특혜 세습 끊고 원점 재검토하라


전주시 서부신시가지 한복판에 흉물스럽게 방치된 옛 대한방직 부지는 오랫동안 전주의 미래를 둘러싼 뜨거운 기대와 우려의 중심에 서 있었다. 470m 높이의 초고층 타워와 초대형 복합쇼핑몰, 대단지 공동주택을 아우르는 6조 원 규모의 개발 청사진은 도심 재창조라는 장밋빛 전망을 품겼다. 반면, 과도한 민간 개발이익 보장, 교통·환경난, 도시계획 변경에 따른 특혜 논란이라는 거친 비판 역시 끊이지 않았다.

수년간 팽팽하게 대립해 온 이 거대한 논란은, 오는 9월 28일, 비로소 중대한 분수령을 맞이한다. 전주시와 사업시행자인 (주)자광이 체결한 사업시행협약에 따르면, 사업계획 승인 이후 1년 이내에 착공하지 않을 경우 협약을 무효화하거나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그 행정적 마지노선이 바로 9월 28일이다. 비록 이날이 지난다고 해서 법적으로 주택법상 사업승인이 자동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전주시가 더 이상 우유부단하게 시간을 끌며 사업자의 사정을 봐줄 수 없다는 엄중한 행정적 경고음임은 명백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사업 주체인 자광의 사업 이행 능력과 재무 건전성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최근 조지훈 전주시장은 시정질문 답변을 통해 자광의 사업 수행 능력과 자금 조달 능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충격적인 입장을 공식화했다. 6조 원이라는 전대미문의 초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행정관청조차 사업자의 실체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실로 참담하다. 개발사업은 화려한 조감도나 말뿐인 경제 효과라는 청사진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토지를 담보하고 자금을 조달하며 확실한 시공사를 선정해 첫 삽을 뜰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이 핵심이다.

현재 자광의 현실은 절망적이다. 지방세와 공유재산 대부료조차 내지 못해 전주시가 자광 소유의 부지를 압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시민에게 환원되어야 할 공공기여 사업비마저 위태로운 PF 자금에 얹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F 대출이 좌초될 경우, 민간 개발은 물론 전주시민이 누려야 할 공공의 이익마저 풍비박산 난다는 뜻이다. 벼랑 끝에 선 민간 업자의 사정에 전주시의 미래 도시구조 전체가 담보 잡힌 꼴이다.

이제 전주시는 질문의 본질을 바꿔야 한다. ‘대한방직 부지를 개발할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논쟁은 끝났다. 이제는 ‘누가, 어떤 검증된 능력과 도덕적 책임을 갖고 개발할 것인가’를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대한방직 부지는 한 기업의 사유재산을 넘어 전주의 향후 100년 도시 지형을 결정짓는 핵심 공간이다. 특정 기업의 자금난과 요구에 맞춰 행정의 원칙이 이리저리 흔들려서는 안 된다.

특히 9월 28일 착공 시한이 지난 후 전주시가 보여줄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자광이 협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다면, 전주시는 주저 없이 원칙대로 판단해야 한다. 사업자가 어렵다고 해서 착공 기한을 연장해 주고, 새로운 조건을 붙여 협약을 유지하며, 기존 도시계획 변경으로 부여한 파격적 혜택을 그대로 보장해 주는 식의 구태 행정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행정의 신뢰는 엄혹한 순간에 원칙을 고수할 때 비로소 바로 선다.

만약 기존 사업이 좌초되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면 기준은 더욱 명확해야 한다. 기존 사업자를 전제로 수립된 용적률 완화와 개발 조건이 새로운 사업자에게 무혈입성하듯 세습되어서는 안 된다. 사업자가 바뀐다면 도시관리계획을 이전 상태로 환원한 뒤, 공공기여와 교통 대책을 원점에서 완전히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 않으면 민간 업자에게 퍼준 특혜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부당한 권리로 전락하는 악선례를 남기게 된다. 470m 타워 역시 성역이 아니다. 타워를 위해 전주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주의 발전을 위해 타워가 필요한지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오는 9월 28일은 그래서 단순한 협약상의 날짜가 아니다. 수년간 이어진 대한방직 개발 논란에서 전주시가 누구를 중심에 놓고 행정을 펼칠 것인지 보여주는 시험대다.
사업자를 살리는 것이 행정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사업을 무조건 무산시키는 것 역시 능사는 아니다. 필요한 것은 전주의 미래를 가장 우선에 두는 냉정한 판단이다.

전주시는 이제 분명히 해야 한다. 자광의 시간표에 전주의 미래를 맞출 것인지, 아니면 전주의 시간표에 맞는 사업자와 개발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
9월 28일, 전주가 세워야 할 것은 470m 타워보다 먼저 흔들리지 않는 행정의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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