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594억 투입되는 내수면 양식, 건물 짓기 넘어 진짜 귀어 어민 키워내야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전북도 '기술-임대-창업' 전주기 지원 체계 구축
- 시설 투자를 넘어 유통·판로망 확보와 현장 정착 밀착 관리가 성패 가른다


전북특별자치도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생존의 위기에 처한 어촌과 내수면 수산업을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청년과 예비 어업인의 귀어·창업 지원을 위해 14개 사업, 총 594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 '기술개발에서 교육·컨설팅, 시설 임대, 창업 및 정착'으로 이어지는 전주기(全週期) 지원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기존의 단발성·일회성 교육이나 시혜성 보조금 지급 방식에서 벗어나, 초보 어업인이 현장에서 겪는 최대 난관인 고비용 초기 자본과 기술적 불확실성을 대폭 낮춰주겠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진일보한 정책 방향이다.

전북은 전국 내수면 양식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수면 수산업의 요충지다. 여기에 김제시 백산면 일원에 들어설 250억 원 규모의 '내수면 창업지원 비즈니스센터'와 100억 원이 투입되는 '임대형 디딤돌 양식장', 그리고 토하와 내륙형 흰다리새우 등 고부가가치 품종 R&D가 결합한다면, 전북은 명실상부한 내수면 수산업의 거점으로 도약할 잠재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자본이 부족한 청년 어업인들에게 지자체가 임대형 양식장을 제공해 실전 경험을 쌓게 하고 창업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어촌 소멸을 막고 청년 인구를 유입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대형 도정 사업들이 화려한 시작에 비해 초라한 결말을 맞았던 과거의 불쾌한 기억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많은 농어촌 지원 사업이 '거대한 신축 건물'과 '장비 구축'이라는 외형적 성과에 치중한 나머지, 막상 건물이 완공된 후에는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세금만 먹는 하마로 전락하거나 '교육 수료생 수'라는 실적 채우기에 급급했던 우를 범하곤 했다. 594억 원이라는 거대한 혈세가 투입되는 이번 프로젝트가 또다시 '하드웨어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흘러가지 않으려면, 시작 단계부터 철저한 현장 중심의 검증과 실효성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양식 기술을 배우고 임대 양식장에서 고품질 수산물을 생산해 내는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수산업 현장에서 청년 어업인들이 가장 커다란 벽에 부딪히는 지점은 '생산'이 아니라 생산된 수산물을 안정적인 가격에 팔 수 있는 '유통과 판로 확보'다. 기존의 단단한 수산물 유통 기득권망을 뚫지 못해 판로가 막히거나, 수급 불균형으로 가격 폭락이 발생할 경우, 자본력이 취약한 신규 창업 어가는 순식간에 빚더미에 앉게 된다. 따라서 전북도는 단순히 양식 시설을 빌려주고 기술을 가르쳐주는 단계에 머물지 말고, 수협 및 대형 유통업체와의 연계, 도내 로컬푸드 직매장 및 온라인 유통망 구축 등 생산물이 제값을 받고 팔릴 수 있는 '판로 보장 시스템'을 병행 구축해야 한다.

나아가 '2030년부터 매년 20명 배출, 5년간 100어가 정착'이라는 목표 수치가 단순한 숫자의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사후 관리 지표를 가혹할 정도로 정밀하게 다듬어야 한다. 교육 이수율이나 시설 입주율 같은 가시적인 지표에 안주하지 않고, 실제로 청년 어업인이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정착해 지속 가능한 소득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한 '실제 정착률'을 엄격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어촌의 미래는 숫자로 적힌 예산서가 아니라, 현장에서 땀 흘리며 미래를 일구는 청년 어민들의 삶으로 증명되는 법이다. 전북도는 김제 비즈니스센터와 디딤돌 양식장이 텅 빈 콘크리트 구조물이 되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세심하게 반영하는 밀착 행정을 펼쳐야 한다. 594억 원의 예산이 청년들에게 희망의 사다리가 되어, 전북의 내수면이 어촌 소멸을 극복하는 위대한 반전의 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