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기회의 창’으로 규정하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북미 대화를 지켜보는 데 머물지 말고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평화의 판을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색된 남북관계와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제안이다.
정 장관이 강조한 핵심은 과거의 경제협력 중심 접근을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근본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데 있다. 북미 대화를 촉진하는 ‘페이스메이커’를 넘어 평화체제를 설계하는 ‘피스메이커’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북미회담이 현실화된다면 정부는 이를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연결할 치밀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북미 수교와 북핵 문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등을 남·북·미·중이 함께 논의하자는 구상은 검토할 가치가 있다. 북미 양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하고 우리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과거의 오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재명 정부가 북미 사이에서 대화의 공간을 넓히고 우리의 국익을 관철하는 외교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다만 평화를 서두른 나머지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고도화됐고 남북 간 신뢰 역시 크게 무너졌다. 대화의 문은 활짝 열되 확고한 안보태세와 비핵화 원칙은 지켜야 한다. 평화와 안보는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전북 출신 정동영 장관이 다시 한반도 평화의 해법을 제시하고 나선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구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다. 정 장관과 이재명 정부가 북미회담이라는 ‘기회의 창’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들어가는 문으로 바꿔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