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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 3개교 기부금이 지방 118개 대학을 삼켰다. 메마른 전북 고등교육의 재정 생태계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한병도 의원 국감 자료서 드러난 대학 기부금 70% 수도권 쏠림… 비수도권 내에서도 가려진 전북의 '재정 기아' 상태 끊어내야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재정 지형도가 기괴할 정도로 기울어지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한병도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익산시을)이 분석해 공개한 최근 5년간 대학 기부금 수령 현황은 지방 대학들이 처한 가혹한 재정적 고립의 깊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전국 191개 대학이 수령한 총 3조 2,396억 원의 기부금 중 수도권 73개 대학이 쓸어 담은 액수는 전체의 70.1%인 2조 2,707억 원에 달했다. 반면 비수도권 118개 대학에 돌아간 몫은 고작 29.9%(9,690억 원)에 불과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현실은 참담하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이른바 ‘SKY’ 3개 대학이 끌어모은 기부금(1조 519억 원)이 비수도권 118개 대학 전체 기부금을 합친 것보다 800억 원 이상 많았다. 수도권을 넘어 특정 명문대가 민간 교육 자본을 싹쓸이하는 현실 앞에서, ‘지방대 자생력 확보’나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슬로건은 허탈한 구호로 전락한다.

이 거대한 격차의 소용돌이 속에서 전북 지역 대학들이 서 있는 위치는 더욱 위태롭다. 비수도권 118개 대학이 나누어 갖는 29.9%의 파이 안에서도 전북의 지분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전북 지역의 거점 국립대인 전북대학교가 연간 50억 원 안팎의 기부금을 모금하고, 도내 사립대 중 가장 많은 기부금을 수령한 원광대학교가 연간 26억 원대를 기록하며 겨우 체면을 치레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두 대학을 제외한 도내 대부분의 4년제 사립 및 국공립 대학들은 연간 1억 원에서 5억 원 안팎의 기부금에 겨우 연명하는 실정이다. 비수도권 대학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전북의 대학 대다수는 재정 자생력이 최하위 수준에 맴도는 ‘재정 기아’ 상태에 빠져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업과 재단 기부금의 전북 소외 현상이다. 사립대를 대상으로 한 기업 기부금(1조 41억 원)의 68%가 서울 소재 사립대로 몰렸다. 첨단 산업 인프라와 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전북의 사립대들은 산학협력 연구 자금이나 민간 자본 유치 채널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이 대기업의 수백억 원대 연구 기부금을 바탕으로 최첨단 인프라를 구축할 때, 전북의 대학들은 기본적인 연구·실습 장비 교체조차 주저해야 하는 가혹한 현실에 놓여 있다.

대학 기부금은 국가 보조금이나 학생 등록금과 달리, 대학이 스스로의 비전과 특성화 전략에 맞춰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는 핵심 ‘독자 재원’이다. 학령인구 급감과 15년 넘게 이어진 등록금 동결 여파로 대학의 기본 재정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기부금의 격차는 곧 대학 경쟁력의 격차로 직결된다. 기부금이 없는 지방대는 교원 확보, 장학금 지급, 연구 환경 개선 등 기본적인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다시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이 수도권 대학으로 탈출하는 ‘인재 유출의 악순환’을 가속화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농생명, 이차전지, 바이오 등 첨단 미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 아무리 애를 써도, 정작 이를 뒷받침할 지역 대학의 재정 인프라가 부실하다면 산업과 교육의 선순환 구조는 작동할 수 없다. 민간 기부 자본이 마른 전북의 대학 생태계는 결국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비수가 되어 돌아오는 셈이다.

한병도 의원은 이번 국감 자료를 통해 “지역별 격차가 소득과 일자리를 넘어 대학 기부금에서조차 나타나는 것은 지방 대학의 자체 재정 확보 역량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진단이 나왔다면 이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실행할 때다.

우선 비수도권 대학에 기부하는 기업과 개인에 대해 파격적인 세액공제와 법인세 감면을 부여하는 ‘지역대학 기부 활성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 수도권과 똑같은 세제 혜택 구조로는 기업의 기부 수표가 결코 전북으로 향하지 않는다. 또한 지자체와 지역 기업, 대학이 결합하는 ‘전북형 지산학 연계 기부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전북에 기부하는 기업에 지방세 감면이나 지역 R&D 프로젝트 참여 가점 등 실질적인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민간 자금이 도내 대학으로 흘러들 수 있는 물꼬를 터주어야 한다.

대학의 재정 격차는 단순히 캠퍼스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존립이 걸린 생존의 문제다. 수도권 대학들이 수조 원의 기부금을 쌓아두고 호의호식하는 동안, 지방의 대학들이 재정 고갈로 고사하는 구조를 깨뜨리지 못한다면 균형발전은 결코 불가능하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전북도정은 지방 대학의 재정 생태계를 살려낼 특단의 제도적 결단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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