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광객 2배 뛴 고군산 섬잇길, 기본 인프라 방치로 명품 섬 관광 자갈길로 전락- 보여주기식 토목 행정 벗어나 실질적 수용태세 점검해야
전북특별자치도가 자랑하는 해양 관광의 핵심 거점이자 고군산군도의 섬과 섬을 잇는 ‘고군산 섬잇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방축도, 명도, 말도 등 아름다운 도서 지역을 연결하는 인도교와 해안 탐방로가 정비되면서 방문객 수가 기존 대비 2배 이상 급증했다. 수려한 비경을 발밑에 두고 바다 위를 걷는 체험은 전북을 넘어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부상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화려한 홍보 문구와 관광객 수치 뒤편에는 믿기 힘든 기막힌 실태가 숨겨져 있다.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탐방로 구간에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공중화장실이 단 ‘0개’라는 사실이다.
관광객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자화자찬하는 사이, 섬잇길을 찾은 탐방객들은 극심한 생리적 고통과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몇 시간을 걸어야 하는 긴 탐방로에서 화장실을 찾지 못한 방문객들이 해안가나 인근 숲속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노상방뇨와 악취, 쓰레기 무단 투기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천혜의 자연경관을 감상하러 온 관광객들이 기본적인 생리 현상조차 해결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이로 인해 지역 주민들과 마찰을 빚거나 환경이 훼손되는 참극이 매일같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세계적인 해양 관광 거점’을 외치는 전북 수용태세의 현주소인가.
이 문제의 본질은 수백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 화려한 교량과 탐방로를 닦는 '하드웨어 토목'에는 열을 올리면서, 관광객이 머물고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편의 시설은 나 몰라라 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겉핥기 행정'에 있다. 수백억 원대의 교량을 건설할 예산과 계획은 존재했으면서, 그 길을 걸을 수천, 수만 명의 인간이 거쳐 갈 화장실 하나 들어설 공간과 예산은 마련하지 않았다. 이는 행정이 관광객의 실제 이동 동선과 최소한의 존엄성조차 고려하지 않은 채 공급자 중심의 치적 쌓기에만 급급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다.
물론 행정당국도 변명은 있다. 섬 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용지 확보가 어렵고, 국립공원 등 각종 환경 규제에 묶여 있으며, 상하수도관 연결이나 분뇨 수거를 위한 정화조 설치 및 유지·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를 댄다. 군산시와 관련 기관들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시간을 끄는 사이, 그 피해는 오롯이 돈과 시간을 들여 전북을 찾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규제와 예산 난항을 핑계로 가장 기본적인 편의 지원을 미루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의 극치이자 명백한 직무유기다.
관광 복지와 수용태세는 화려한 홍보 영상이나 단체장들의 테이프 끊기 행사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관광 수준을 평가하는 진짜 기준은 거창한 시설물이 아니라, 방문객이 가장 작고 미세한 부분에서 느끼는 쾌적함과 편의성이다. 화장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해 방문객에게 불쾌한 기억을 안겨주는 관광지는 결코 다시 찾고 싶은 명소가 될 수 없다. 어렵게 끌어모은 관광객들이 손가락질하며 떠나가는 현실을 방치한다면, 수백, 수천억 원을 들여 구축한 고군산군도의 관광 자원은 순식간에 외면받는 '일회성 볼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즉각 비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친환경 무소음 이동식 화장실 우선 배치나 소규모 오수 정화 시설 도입 등 당장 실행 가능한 대안을 신속히 투입해야 한다. 정식 정화조 설치가 어렵다면 소형 모듈러 화장실과 정기 수거 체계를 갖추는 가시적인 조치를 신속히 단행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 및 국립공원공단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도서 지역 특성에 맞는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원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관광 행정의 출발점은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전북이 참된 관광 대도로 거듭나기를 원한다면, 숫자 놀음에 불과한 '관광객 2배 증대' 자화자찬을 멈추고 현장의 기막힌 불편부터 해소하라. 고군산 섬잇길의 화장실 0개 잔혹사를 종식시키는 것, 그것이 무너진 전북 관광 행정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