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극복을 국가적 과제로 내세우면서 정작 아이를 낳아 키우는 지역에 기본적인 소아의료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특히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호남 농촌지역의 야간 소아의료 공백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문제다.
조배숙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시·군·구 합계출산율 상위 5곳은 전남 영광·장성·강진, 전북 임실, 전남 함평으로 모두 호남지역이다. 그러나 이들 5개 군에는 평일 야간이나 휴일에도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이 단 한 곳도 없다. 합계출산율 전국 4위인 임실군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간 격차도 크다. 2026년 7월 기준 전국 달빛어린이병원 153곳 가운데 수도권에 71곳이 몰려 있는 반면 광주·전북·전남을 모두 합쳐도 19곳에 그친다. 전북은 7곳에 불과하고 그마저 도시권 중심이다. 농촌에서 밤늦게 아이가 갑자기 아프면 부모가 먼 거리를 이동하거나 응급실을 찾아야 하는 현실이다.
물론 수도권은 소아 인구 자체가 많기 때문에 병원 숫자만 놓고 단순 비교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인구 숫자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 의료기관까지의 거리와 이동시간, 야간·휴일 진료 가능 여부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아이가 아플 때 30분, 1시간씩 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가야 한다면 그것은 사실상 의료 공백이다.
현행 달빛어린이병원 제도 역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의 자발적 신청에 크게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소아청소년과 자체가 부족한 농촌에서 지정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취약지역에 인건비와 운영비를 더 지원하고 권역별 당직병원과 순환진료, 응급의료기관 연계 등 농촌 실정에 맞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출산장려금만 늘린다고 저출생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 안심하고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진정한 출산정책이다. 높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임실 같은 지역부터 최소한 밤에 아픈 아이를 데려갈 병원은 있어야 한다. 정부와 전북도는 농촌 소아의료 공백을 더 이상 시장과 개별 병원의 선택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