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사업이 결국 약속한 착공 시한을 넘겼다. 그런데 전주시가 내놓은 답은 사업 취소도, 협약 파기도 아닌 ‘조속한 사업 추진 촉구’다. 6조원대 초대형 개발사업을 두고 시민과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는데도 사실상 다시 시간을 준 것이다.
전주시와 자광의 협약에는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 후 1년 이내 착공하지 않을 경우 사업을 무효 또는 취소할 수 있도록 명시돼 있다. 그러나 전주시는 법률자문 결과 협약만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다수 의견을 받아들였다. 상위법인 주택법상 착공기한이 5년이라는 점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률적 판단은 존중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취소하기 어렵다는 것과 자광에 아무런 검증 없이 다시 시간을 주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지금 전주시가 따져야 할 것은 자광의 ‘사업 의지’가 아니라 ‘사업 능력’이다. 자광은 시공 능력을 갖춘 건설사와 공사비와 공사기간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정식 도급계약 체결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470m 관광타워와 3천500여 세대 공동주택 등을 동시에 착공·준공하겠다는 6조원대 사업이다. 말과 계획서만으로 밀어붙일 사업이 아니다.
전주시는 자광에 확정된 시공사와 도급계약, PF를 포함한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 자기자본 투입 능력, 동시착공·동시준공이 가능한 공정계획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검증 결과도 시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행정의 신뢰다. 전주시는 그동안 협약 불이행 시 취소까지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막상 시한이 지나자 법률적 한계를 이유로 사업 속행을 촉구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애초 협약에 왜 1년이라는 착공 시한과 취소 조항을 넣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전주시는 자광의 사업 성공을 기다리는 기관이 아니다. 시민의 재산과 도시의 미래를 지켜야 할 행정기관이다. 취소하지 않겠다면 더욱 엄격하게 검증하라. 자광이 6조원대 사업을 실제로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객관적인 증거로 확인해야 한다. 또다시 약속만 믿고 시간을 주는 것은 행정이 아니라 방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