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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억 반도체 실증 거점 쥔 전북대. ‘건물’이 아닌 ‘생태계’를 올려라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전북대 반도체 특화단지 거점 선정은 가뭄 속 단비
- 거대 국책 사업이 ‘시설 투입’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산업·인재 유치로 이어지는 진짜 산학협력 완성해야


전북 고등교육과 지역 산업계에 오랜만에 반가운 낭보가 전해졌다. 전북대학교가 총사업비 642억 원 규모의 ‘반도체 소재·케미컬 특화단지 실증 거점’ 구축 사업의 핵심으로 최종 선정된 것이다. 학령인구 절벽과 대학 기부금의 극단적인 수도권 쏠림 속에서 재정적 기아 상태를 겪던 도내 대학 생태계에 유입된 640억 대의 대형 국책 예산은 그 자체로 가뭄 속 단비와 같다. 전북대가 단순히 학생을 가르치는 배움터를 넘어, 대한민국 미래 첨단 산업인 반도체 분야의 연구·실증 테스트베드로 거듭날 기회를 잡은 것은 도민 모두가 환영할 일이다.

이번 실증 거점 구축 사업은 단순한 학술적 연구나 상징적 공모 당선에 그쳐서는 안 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새만금·익산·완주 중심의 첨단 산업 포트폴리오에서 실질적인 앵커(Anchor) 역할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중심으로 조성될 실증 센터는 핵심 장비 8종을 도입해 반도체 세정·증착·식각 등 첨단 케미컬 소재를 생산라인 투입 전 검증하는 전초기지가 된다. 2031년까지 2,000명이 넘는 전문 인력을 배출하는 인재 양성의 요람 역할도 맡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대규모 국책 예산이 투입된 사업들이 과거 어떻게 흐지부지되었는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수백억 원의 세금을 들여 화려한 센터 건물을 지어 올리고 고급 첨단 장비를 들여놓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활용도가 떨어져 ‘예산 먹는 하마’로 전락하거나 대학의 실적 자랑용 전시 행정에 그쳤던 사례가 전국 곳곳에 수두룩하다. 거대한 국책 사업의 유치가 곧 지역의 성공을 보장하는 수표는 아니다. 이번 642억 원이 단편적인 ‘건물 짓기’나 ‘장비 구매’라는 토목·비품 사업으로 소모되어서는 결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기업이 찾아오는 산학협력 생태계'의 완성이다. 반도체 산업은 장비와 시설만 갖춰놓는다고 스스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 장비를 활용해 연구하고 생산성을 높일 기업들이 전북으로 모여들어야 한다. 전북대와 전북자치도, 그리고 관내 지자체는 인프라 구축 단계에서부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 밀착해 이들이 필요한 정밀 기술이 실증 센터에서 곧바로 검증될 수 있도록 맞춤형 트랙을 제공해야 한다. 기업이 전북대의 실증 거점을 빌미 삼아 둥지를 틀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비로소 산학협력의 선순환 고리가 완성된다.

지역 인재 유출을 막는 ‘청년 사수’의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수도권 대학으로의 인재 유출은 곧 지역 소멸의 직통 경로다. 전북대가 양성해 낼 반도체 전문 인력들이 졸업 후 다시 수도권이나 타 지역으로 떠나야 한다면, 이 수백억 원의 사업은 타 지역 대기업에 좋은 인재를 공급해 주는 ‘위탁 교육기관’에 불과하게 된다. 도내에 구축 중인 첨단 산업단지 및 유치 기업들과 연계하여, 교육받은 지역 청년들이 전북 내에서 합당한 처우를 받으며 정주할 수 있는 일자리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 행정과 대학의 핵심 의무다.

아울러 전북대는 도내 최고 거점 국립대로서의 독점적 지위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원광대·군산대·전주대 등 도내 타 대학들과도 이 실증 인프라를 전향적으로 공유해야 한다. 전북대 홀로 추진하는 독식형 사업이 아닌, 도내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함께 반도체 인재 양성 사다리를 구축하는 ‘전북형 반도체 얼라이언스’로 확장될 때 이 642억 원의 가치는 몇 배로 증폭될 것이다.

642억 원이라는 도민과 국민의 혈세는 전북 고등교육의 체질을 바꾸고 지역 산업의 체급을 올리라고 주어진 엄중한 기회다. 전북대와 전북도정은 자화자찬을 거두고, 사업의 첫 단추부터 치밀하고 철저하게 끼워 나가야 한다. 건물이나 성과표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과 기업이 몰리는 첨단 산업의 토대’를 다져내는 것, 그것이 전북대가 도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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