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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9기 100일의 ‘체감성장’. 화려한 수치 넘어 도민 호주머니 채워야

최준호 / 전북타임스 대표
- ‘체감성장’과 ‘도민주권’ 내건 민선 9기 100일. 거창한 공모 선정과 수조 원대 MOU 신화 벗어나 도민 삶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진짜 성과 내야


전북특별자치도가 민선 9기 출범 100일을 맞았다. 도정은 지난 100일간 ‘체감성장’과 ‘도민주권’을 양 대 축으로 내걸고 도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기 위한 밑그림을 다졌다. 장기 표류 과제였던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확정을 비롯해 반도체 소재·케미컬 특화단지 거점 유치, 기업 성장사다리 6단계 재편, 1,800억 원 규모의 펀드 조성 등 미래 산업 기반을 다지는 굵직한 현안들이 대외적 성과로 내걸렸다. 도청 광장을 도민에게 개방하고 간부회의를 생중계하는 등 소통의 방식을 바꾼 정무적 노력 역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 수치와 성과 발표 뒤편에서 도민들이 느끼는 냉정한 현실은 팍팍하기만 하다. 고물가와 고금리, 내수 침체 속에 장사가 안되어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고, 지역 청년들은 여전히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다. 수조 원대의 기업 투자 유치 협약(MOU)과 화려한 국책 사업 공모 당선 소식이 연일 보도되지만, 정작 “내 삶과 살림살이는 무엇이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는 도민이 대다수다. 민선 9기가 내건 ‘체감성장’이라는 화두가 거대한 담론이나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제는 눈에 보이는 토목과 숫자의 성과를 넘어 도민의 삶으로 직접 파고드는 실질적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체감성장을 완성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MOU 및 국책 사업의 실질적 집행률 제고’다. 지난 도정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온 기업 유치 MOU의 상당수가 실행되지 못한 채 어물쩍 묻혔던 경험을 도민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수조 원의 투자 금액을 자랑하는 발표판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땅을 파고 공장을 세워 도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실제 집행력’이다. 1,800억 원 규모로 조성되는 펀드와 6단계 기업 성장사다리 정책 역시 도내 소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자금줄로 작용해야 한다. 행정의 눈길이 대기업 유치나 대형 국책 사업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 일자리의 버팀목인 향토 중소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데 집중되어야 하는 이유다.

두 번째 과제는 ‘도내 14개 시·군 간의 심각한 지역 불균형 해소’다. 전주, 군산, 익산, 완주를 중심으로 첨단 산업과 자본이 집약되는 동안, 남원, 임실, 순창, 무주, 진안, 장수 등 동부권과 소멸 위기 시·군은 철저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100일 성과 중 남원 국립의전원 설립 확정이 갖는 의미가 큰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민선 9기의 3대 미래 성장축인 그린수소, 첨단로봇, 농생명바이오의 결실이 특정 도시 지역에만 쏠리지 않고, 14개 시·군 전체의 특화 산업과 정주 여건 개선으로 골고루 스며들 수 있는 온기 전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관제 행정 탈피와 도민주권의 실질적 완성’이다. 도청 광장 개방이나 회의 생중계 같은 형식적 소통을 넘어, 자광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이나 대형 엑스포 예산 집행 문제 등 도민의 이해관계와 혈세가 직결된 민감한 현안 앞에서 얼마나 투명하고 엄정한 절차를 밟느냐가 도민주권의 진정한 시약이다. 사업자의 말이나 행정의 편의에 끌려다니지 않고, 철저한 법과 원칙, 그리고 객관적 이행 능력 검증을 거치는 단호한 행정력을 보여줄 때 도민의 신뢰가 확보된다.

100일은 기틀을 마련하는 탐색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실질적인 결과를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다. ‘체감성장’은 도청 브리핑룸의 현수막에 적힌 문구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며, 도민 개개인의 호주머니가 두터워지고 지역 상권에 활기가 돌 때 비로소 완성된다. 전북도정은 100일의 자화자찬을 거두고, 민생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도민의 살림살이를 챙기는 치밀하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휘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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