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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기' 켠 메가어스 엑스포… 부실 통역 알면서도 '눈감은 기관들'

전문 인력 없어 '번역기 앱' 의존… 지원 기관 "불만 대다수 통역 탓" 시인

'감사 사각' 몰아주기 의혹에 주관사 "전국 행사, 기업 죽이기 음해" 반박
[편집자 주]
(3)스타트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해 마련된 '베트남 메가어스 엑스포'가 당초 목적과 달리 현장 운영에 여러 논란들이 제기되고 있다. 본보는 혈세 낭비와 기관 관계자 외유성 논란, 특정 업체 독식 등의 각종 문제점을 집중 보도한다.


수억 원의 혈세를 들여 스타트업의 동남아 판로를 열어주겠다던 베트남 '메가어스 엑스포(MEGA-US EXPO)'가 전문 통역조차 갖추지 못해 수출 상담 마비 사태를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이 스마트폰 번역기 앱에 의존하는 촌극 속에서도, 행사를 주관한 특정 대행사와 참가 기관들이 유착해 파행을 묵인해 왔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도내 유관기관들은 기업당 600만~700만 원 상당의 국·도비를 지원하며 전문 통역 매칭을 약속했지만 기계, IT, 바이오 등 기술 용어가 필수적인 제조업 부스에 전문성이 전무한 현지 단순 어학 인력이 배치됐다.

또한 참가 기업들은 사전 자료를 보냈음에도 첫날 아침에야 통역원을 만나 제품을 설명해야 했고, 영어 소통도 불가능해 상담은 겉돌았다.

박람회에 참가한 한 기업 대표 A씨는 "바이어가 부스를 찾았지만 통역 인력이 전문 용어는커녕 기본적인 제품 개념조차 전달하지 못했다"며 "결국 답답한 마음에 스마트폰 번역기 앱을 켜고 대화를 이어가는 촌극이 빚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파행은 지원 기관 측에서도 인정했다.

전북벤처산업진흥원 관계자는 "160개 기업이 참가하다 보니 통역을 모두 전문가로 매칭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며 "기계 부품 등 전문 분야는 비전공자 통역으로 설명이 어려웠고, 기업 불만의 대다수가 통역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지원 기관들이 매년 반복되는 통역 부실을 알면서도 특정 대행사에 수년째 행사를 맡겨왔다는 점이다.

메가어스 엑스포에 참여한 기업들은 주관사와 기관 간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전주 본사와 베트남 법인을 둔 해당 업체가 주요 공공사업을 독점해 온 데다,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 방식이 지자체 감사를 피하기 쉽다는 행정적 허점도 지적된다.

참가 기업 대표 B씨는 "행사를 직접 위탁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해외 전시회 참가비 지원'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하다 보니 기관이나 주관사 모두 지자체의 깐깐한 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비용 처리가 수월하다는 점을 악용해 특정 대행사에 매년 수억 원대의 혈세를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주관사가 참가 기업의 상담 환경보다 '기관장 모시기'에만 집중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어 B씨는 "비가 쏟아지는 날 기업인들은 비를 맞으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관장은 연예인 같은 고급 의전 차량을 타고 이동하더라"며 "주관사가 기관장 접대와 개막식 의전에만 공을 들이니, 정작 수백만 원 사비를 들여 참가한 기업들의 부스 통역이나 상담 지원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주관사 대표는 "특혜나 몰아주기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주관사 대표는 "공공기관 운영비를 지원받은 행사가 아니라 사기업이 리스크를 안고 연 박람회에 기관들이 자율 참가한 구조"라며 "전국 41개 기관이 참여했고 도내 기관은 3곳뿐인데 유독 전북에서만 특혜 프레임을 씌운다"고 반발했다.

이어 "2년 전 도의회 의혹 제기 당시에도 소명 자료를 제출해 문제가 없음을 입증했다"며 "경쟁사들의 시기 속에서 전북 기업이라는 이유로 기업 죽이기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도내 유관기관들이 참여 기업 모집이 저조하자 자체 인력을 무리하게 동원해 부스를 채우는 등 실적 채우기에 급급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어 철저한 진상 규명이 요구된다.

/최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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