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이제 국가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재검토해야 할 과제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소비하는 반도체 생산시설을 수도권에 집중시키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에서 생산한 전력과 수자원을 장거리로 끌어오는 방식이 과연 합리적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박희승 국회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촉구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단순한 지역 산업 유치 요구를 넘어 국가 산업입지 정책의 전환을 제안했다는 의미가 있다.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에 필요한 전력은 10~16GW에 달하고, 생산시설 10기가 가동되면 하루 107만2천 톤의 용수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충당하기 위한 송전망과 용수 공급시설 확충에는 막대한 재정과 사회적 비용이 수반된다. 지역 주민과의 갈등, 사업 지연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수도권 집중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서남권은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높은 전력 자급률을 갖추고 있다. 특히 새만금은 대규모 산업용지와 재생에너지 기반을 동시에 확보한 지역이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에 전력 다소비 산업을 배치하는 것은 장거리 송전 부담을 줄이고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정책적 당위성을 갖는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균형발전이다. 반도체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될수록 지방은 인재와 자본, 기업을 빼앗기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서남권 분산 배치는 지방에 성장동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국가 핵심 산업의 입지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지역 배려가 아니라 국가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물론 반도체 생산시설에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충분한 공업용수, 전문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러한 조건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되, 기존 수도권 중심의 입지정책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서는 안 된다. 신규 투자와 생산시설 증설부터 서남권 입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새만금을 중심으로 익산·완주 등의 산업 기반을 연계하는 구체적인 유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특정 지역의 이해관계를 넘어 대한민국 산업지도를 재편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적 대안이다. 정부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서남권 분산 배치의 경제적 효과를 종합적으로 비교하고, 이를 국가 반도체 산업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반도체 강국의 미래를 위해 이제는 산업입지의 새로운 선택지를 열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