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 전주시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전주 대전환을 위한 4대 시정 청사진을 제시했다. 시민 중심 행정과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촘촘한 복지체계 구축, 문화산업 경쟁력 강화가 핵심이다.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주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정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제는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답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재정 여건이다. 전주시는 재정 건전성 회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조 시장이 제시한 피지컬 AI-J밸리 조성과 문화산업 기반 확충, 복지 확대 등은 막대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한 사업들이다. 재정 정상화와 대규모 신규 투자를 동시에 추진하려면 치밀한 재원 조달계획이 선행돼야 한다. 국비 확보 가능성과 시비 부담 규모, 연차별 투자계획조차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장밋빛 청사진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히 피지컬 AI-J밸리 조성은 전주의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산업단지 조성은 부지 확보와 기업 유치, 기반시설 구축이 맞물려야 실현된다.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피지컬 AI 산업 생태계와의 연계 방안도 명확해야 한다. 구호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단계별 추진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기존 현안에 대한 책임 있는 접근도 요구된다. 종합경기장 개발과 금융중심지 지정 등은 이미 오랜 기간 논의돼 온 과제들이다. 이를 새로운 시정의 성과처럼 포장하기보다 그동안 무엇이 걸림돌이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반복되는 약속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변화다.
취임 100일은 시정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렇다고 정책의 실현 가능성까지 검증 없이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전주시는 4대 청사진의 사업별 우선순위와 재원 조달 방안, 추진 일정, 성과 지표를 시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재정 여건상 추진이 어려운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시장의 비전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느냐로 평가받는다. 취임 100일의 청사진이 임기 내내 되풀이되는 구호로 남아서는 안 된다. 전주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약속의 크기가 아니라 그것을 실현할 행정의 책임과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