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인의 영농비 부담을 덜기 위한 면세유에 농협이 별도의 취급수수료를 부과하는 가운데 전국 수수료 징수 사업소의 62%가 전북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같은 지역 농협에서도 수수료율이 두 배가량 차이 나는 데다 유가 상승에 따라 농민이 부담하는 수수료까지 자동으로 증가하는 구조여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의원(조국혁신당)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에서 면세유 취급수수료를 징수하는 농축협 사업소는 7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전북은 46곳으로 전체의 62.2%를 차지해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지역별로는 익산 17곳, 남원 14곳, 임실 12곳, 장수 3곳이다. 이어 경남 12곳, 전남 9곳이었으며 경기와 충남은 각각 2곳, 제주·부산·광주는 각각 1곳이었다.
농협별 수수료율 차이도 컸다. 익산지역의 경우 망성농협과 성당농협, 여산농협, 오산농협 등은 0.99%를 적용한 반면 익산농협과 서익산농협 본점 및 지점, 황등농협, 왕궁농협 등은 1.99%를 부과했다. 같은 지역에서 면세유를 공급받더라도 어느 농협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달라지는 셈이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과 관련 규정은 개별 농축협이 면세유 공급가격의 최대 2%까지 관리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수수료가 공급가격에 연동되는 정률제여서 유가가 상승하면 별도의 요율 인상 없이도 농업인의 수수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실제로 올해 1~8월 면세 경유 평균 공급단가는 리터당 1,329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24원보다 29.8% 상승했다. 휘발유도 914원에서 1,149원으로 25.7%, 등유는 1,086원에서 1,154원으로 6.3% 올랐다.
이에 따라 경유의 리터당 취급수수료는 17.5원에서 22.7원으로 29.8% 증가했다. 휘발유 수수료 역시 15.6원에서 19.7원으로 25.7% 상승했다. 농민들은 면세유 가격 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영농비 부담에 더해 취급수수료 증가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수료를 징수하는 농협 상당수는 법정 상한에 가까운 요율을 적용하고 있었다. 전국 74개 사업소 가운데 57곳(77%)이 1.5% 초과~2% 이하의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이들 사업소가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7%에 달했다.
수수료 징수의 적정성 논란은 이미 제기된 바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21년 5월 농협의 면세유 취급수수료 징수 근거를 삭제하도록 권고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았다.
재정경제부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권고가 이행되지 않은 이유는 농협의 반대 때문이었다. 농협은 면세유 관리 인력과 전산시스템 유지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별도의 비용 보전 대책이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수수료를 징수하는 농협 본점 수는 2023년 40곳에서 올해 8월 기준 22곳으로 감소했다. 수수료를 받지 않거나 감면하는 조합이 늘고 있는 만큼 농협별 징수 기준과 실제 관리비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장식 의원은 “면세유 제도의 취지는 농업인의 경영비 부담을 낮추고 안정적인 영농활동을 지원하는 데 있다”며 “면세유 가격이 오를 때마다 농가가 부담하는 취급수수료까지 함께 증가하는 구조는 농업인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거나 감면하고 있는 농협들이 있는 만큼 농협중앙회가 회원조합의 사례를 확산시키고 전국적인 취급수수료 전면 폐지를 이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