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와 신용이 부족한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정책금융이 정작 담보와 신용 문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매년 수조 원의 정책자금을 편성하고도 실제 대출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는 데다, 지원이 중단된 이유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신장식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정책자금 이차보전 사업의 융자계획액은 9조6,938억 원이었으나 실제 대출 실행액은 8조3,584억 원에 그쳤다.
계획 대비 1조3,354억 원, 전체의 13.8%가 실행되지 않은 것이다. 농식품부는 자금 수요 부족과 신용·담보 조건 미충족 등을 미실행 사유로 제시했다.
특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보증 승인을 받고도 실제 대출로 이어지지 않은 사례가 매년 2천 건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2,587건, 2023년 2,572건, 2024년 2,652건, 2025년 2,475건 등 최근 4년간 무려 1만286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4만1,117건의 보증이 승인됐지만 이 가운데 2,475건은 대출이 실행되지 않았다.
문제는 농신보가 이들 개별 사례의 대출 미실행 사유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농어민의 담보 부족을 보완하기 위한 보증제도가 실제 금융지원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원인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후계농업경영인 육성자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다. 지난해 7,498건, 1조713억 원이 신청됐으나 실제 실행은 7,141건, 1조87억 원에 머물렀다. 357건, 626억 원은 신청취소 또는 부결됐다.
수산 분야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귀어 창업·주택구입자금은 487명, 998억 원 규모가 선정됐지만 해당 연도 신청·실행은 230명, 389억 원에 그쳤다. 수산업경영인 육성자금도 선정 규모 2,323억 원 가운데 973억 원만 해당 연도에 실행됐다.
다만 이들 사업은 선정 후 최대 2년 이내 대출이 가능해 선정액과 실행액의 차이를 모두 지원 탈락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수협은행은 대출 거절과 감액, 철회 사유 및 부결 현황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정책자금 지원 대상자 선정부터 보증심사, 금융기관 대출 실행까지 단계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책금융의 실효성을 점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초기 영농자금과 시설투자 부담이 큰 청년·후계농업인에게 정책자금의 실제 집행 여부는 안정적인 영농 정착과 직결되는 문제다. 단순한 예산 편성과 지원 대상자 선정에 그칠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의 대출 실행까지 책임지는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장식 의원은 "담보와 신용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책금융이 필요한 농어민이 오히려 담보와 신용 때문에 정책자금에서 배제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농식품부와 해수부는 예산 편성과 대상자 선정으로 책임을 끝낼 것이 아니라 선정부터 신청, 보증, 심사, 실행에 이르는 전 과정을 연결해 관리하고 탈락·포기·감액 사유까지 통계화하는 정책자금 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