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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주목하는 대한민국 농업

[기고] 이인석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50℃를 웃도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외곽의 사막 한복판. 거대한 밀폐형 컨테이너의 두꺼운 차폐문이 열리자, 밖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 펼쳐진다. 서늘한 내부 공간에는 새빨갛게 익은 딸기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다.

물이 귀한 사막에서 공기 중 수분을 응축해 식물 뿌리에 안개 형태로 공급하는 에어로포닉스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기존 방식보다 물 소비를 90% 줄인 이 설비는 국내 청년 농업 스타트업이 일궈낸 성과다. 세계적인 기술 전시회에서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중동에서도 한국형 스마트농업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석유는 풍부하지만 상당 부분 먹거리를 수입에 의존하는 중동 국가에서 한국의 스마트농업이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아프리카 대륙 최서단 세네갈강 하류의 생루이 평야에서도 의미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이곳에서 재배된 벼 가운데 하나가 한국의 통일벼 계통을 바탕으로 현지 환경에 맞게 개발된‘이스리’다. 농촌진흥청이 아프리카 풍토에 맞게 개량한 이 K-종자는 현지 토종 품종보다 2~3배 많은 수량을 냈다.

서아프리카 세네갈을 거쳐 동아프리카 케냐까지 대륙을 잇는‘K-라이스벨트’사업은 벼 종자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현지의 쌀 생산성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과거 국제사회의 식량 원조를 받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우리가 축적한 육종 기술과 경험을 다른 나라와 나누고 있다. 한국 농업의 위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변화다.

세계 최대 농업 시장인 미국에서도 한국 농업기술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글로벌 농기계 기업들이 주도해 온 미국 시장에서 국내 기업이 생산한‘카이오티’트랙터가 농장을 누비고 있다. 100마력 이하 트랙터 시장에서 난공불락인 시장 점유율 10%의 벽을 넘어섰다. 내구성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넓혀온 한국 농기계는 이제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까지 접목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딸기를 생산하는 스마트팜,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을 돕는 벼 종자, 미국 농장을 누비는 한국산 트랙터. 대한민국 농업의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시장의 70% 이상을 석권한 파프리카, 검은 반도체 K-김, 중앙아시아 등 해외에 보급되는 한국형 온실까지 그 영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우리 농업을 생각하면 좁은 국토, 농촌 고령화, 생산비 증가와 같은 어려움부터 떠올린다. 반도체와 자동차 같은 수출산업의 눈부신 성과에 가려 농업을 여전히 전통적인 1차 산업의 틀 안에서 바라본다.

투자 대가 짐 로저스는 오래전부터“농업이 바로 미래의 황금알”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지목한 미래 농업의 실체는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IT, 바이오, 기계공학이 융합된 첨단기술이다. 한국은 70%가 산이다. 이런 가혹한 환경을 오직 기술과 집념으로 극복해 낸 나라다. 그 치열한 압축 성장의 유전자가 응축된‘K-애그리테크’야말로 식량위기에 직면한 지구촌이 가장 절박하게 찾는 해답이 되고 있다.

어쩌면 세계가 경탄하며 사들이는 대한민국 농업의 저력을, 정작 우리만 '낡은 농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뒤늦게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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