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의 산하기관 통폐합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2023년 산하기관 통폐합을 검토했던 전북도가 불과 3년 만에 신규 기관 설립과 조직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해 놓고 정작 조직은 늘리는 모순된 행정이다. 당시 통폐합 검토가 실질적인 개혁을 위한 것이었는지,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명분 쌓기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태창 전북도의원에 따르면 현재 16개인 도 산하 공기업과 출연기관은 신규 설립과 분리 추진에 따라 2027년 19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2021년 대비 직원은 403명 증가했고 출연금도 약 3배로 늘었다는 지적이다. 조직과 예산이 확대되는 동안 행정 효율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부족하다.
문제의 본질은 기관 수의 증가보다 통폐합 검토 이후의 행정 책임에 있다. 2023년 검토에서 어떤 기관의 기능 중복이 확인됐고, 어떤 통합 방안이 제시됐는가.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있었다면 왜 실행하지 않았는가. 반대로 통합이 부적절하다는 판단이었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검토 결과와 후속 조치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면 구조조정 논의 자체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연구용역은 행정의 면죄부가 아니다. 예산을 들여 문제를 진단하고도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특히 기능 조정이나 업무 이관만으로 통폐합을 대신했다면 실제 인력과 운영비가 얼마나 절감됐는지 증명해야 한다. 간판만 유지한 채 업무 일부를 옮기는 것으로는 구조개혁이라 할 수 없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새로운 기관 설립이 기존 조직의 비효율을 고착화할 가능성이다. 기존 기관의 유사 업무를 정리하지 않은 채 별도 법인과 관리조직을 추가한다면 재정 부담만 커질 수 있다. 신설 기관의 필요성을 주장하려면 기존 기관을 활용하는 방안과 비교한 비용·편익 분석부터 제시해야 마땅하다.
전북도는 2023년 통폐합 검토 결과와 이행 실적, 미이행 사유를 공개하고 신규 기관 설립계획을 원점에서 재검증해야 한다. 도의회 역시 문제 제기에 그치지 말고 관련 예산과 조직 확대의 타당성을 철저히 심사해야 한다.
통폐합을 검토했다는 사실이 개혁의 실적이 될 수는 없다. 검토만 반복하고 조직은 계속 늘어난다면 그것은 구조개혁이 아니라 구조개혁의 지연이다. 전북도는 이제 보고서가 아닌 실질적인 조직 효율화 성과로 답해야 한다./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