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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은 한동훈에게, 독설은 대통령에게

곽보경 / 작가·前 국회정책연구위원
유시민 작가가 대통령의 임기를 입에 올렸다. 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았다는 이유 하나로 박근혜와 윤석열의 이름을 끌어왔다. 국정을 농단해 파면된 대통령, 군을 동원해 국회를 짓밟으려다 쫓겨난 대통령. 그 둘과 국민이 선거로 세운 대통령을 한 줄에 세웠다. 평론가의 혀가 이 정도로 무뎌졌다면 칼을 놓을 때가 됐다.

지지율로 대통령의 자격을 따지는 일이 얼마나 천박한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유시민이다. 노무현 정부 말기, 언론이 지지율 숫자로 대통령을 조리돌림할 때 그는 그 숫자 놀음과 맞서 싸운 사람이었다. 그 시절 자신을 향했던 화살을 이제 그가 직접 쏜다. 조선일보 사설과 무엇이 다른가. 지면이 유튜브라는 것뿐이다.

딱정벌레와 돌고래 이야기는 차라리 듣지 말았어야 했다.

그는 대통령을 제 집을 허무는 벌레에 빗댔다. 모래밭에 떼로 몰려가 죽는 돌고래에 빗댔다. 파브르를 들먹이며 고상한 척했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대통령이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 대통령을 곤충으로 그리는 순간, 그에게 표를 준 수백만 국민은 벌레를 뽑은 사람들이 된다. 유시민은 대통령이 아니라 유권자를 조롱했다.

진영을 해체했다고 한다. 그 진영의 주인이 누구였는가.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은 몇몇 원로의 인맥도, 특정 계파의 족보도 아니었다. 계엄의 밤 맨몸으로 국회 앞에 섰던 시민들이었다. 유시민이 말하는 진영이란 자신이 훈수 두고 서열을 매기던 좁은 마당이다. 해체된 것은 진영이 아니라 유시민의 지분이다.

김민석 대표를 향한 공격에서 속내가 드러난다. 비주류에 표를 던진 46%의 당원이 훌륭했다고 했다. 그럼 나머지 당원은 어리석었다는 말인가. 당원들이 다시 주권을 행사할 날이 올 거라는 말까지 보탰다. 경선은 끝났다. 승복 대신 다음 판을 예고하는 것, 선거에 지면 결과를 부정하던 이들을 우리는 질리도록 봤다.

그러고는 조국혁신당을 구명정이라 불렀다. 배가 가라앉는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구명정 위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경보가 아니라 탈출 안내 방송이다.

홍위병이라는 말은 저열하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내는 시민들을 문화대혁명의 폭도에 갖다 붙였다. 자기편일 때는 깨어 있는 시민이고, 등을 돌리면 홍위병인가.

그런데 이 대담한 입이 한동훈 앞에서는 얌전하다. 이유가 있다. 2021년 1월, 그는 검찰이 노무현재단 계좌를 들여다봤다던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동훈을 겨냥해 1년 넘게 퍼뜨린 의혹이었다. 그 사과문에서 그는 앞으로 정치비평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검찰 권력 앞에서는 반성문을 쓰고 붓을 꺾겠다던 사람이, 민주당 대통령 앞에서는 벌레와 돌고래를 꺼내 든다. 강한 자 앞에서 엎드리고 제 편에게만 칼을 휘두르는 것, 그것을 우리는 비겁이라 부른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선거에 나서지 않으니 심판받을 일이 없고, 직책이 없으니 책임질 일이 없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수명을 점치고 당대표 교체를 예고하고 지지자를 홍위병으로 몬다. 권력은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것, 그것은 특권이다.

임기를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이 지금 누구의 귀에 가장 달콤하겠는가. 내란 세력의 잔당이다. 유시민은 그들이 하고 싶던 말을 민주진보의 얼굴로 대신 해줬다.

배가 역류를 만났으면 노를 잡으면 된다. 노를 잡을 생각이 없다면 조용히 내리면 된다. 갑판 위에서 침몰을 예언하며 구명정을 가리키는 사람은 선원이 아니다. 유시민은 이제 그 배에서 내려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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