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제의 장기 저성장과 청년 인구 유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내 소비·투자가 선순환하는 독자적 경제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은행 전북본부는 6일 한국경제학회 호남지회, 전북대학교 SSK 포용적경제정책연구단과 공동으로 '독자적 경제 생태계 구축을 위한 지역발전 과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지역 고유의 산업적 강점을 활용해 외부 경제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전북의 연평균 실질 경제성장률은 1.2%로 전국 평균 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성만 전북대학교 교수는 전북경제의 핵심 문제가 경제 규모 자체보다 성장경로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 공급망과 연계되지 못한 제조업과 청년 유출이 맞물려 저성장이 반복되는 '저균형 함정'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이를 극복할 신산업으로 피지컬 AI를 제시하고,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반을 갖춘 새만금을 국가전략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투자 유치 성과가 지역 내 생산과 소비, 후속 투자로 이어지는 산업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이 임금 격차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형배 한국은행 전북본부 과장은 국민연금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2025년까지 청년층의 수도권 직장 순이동이 2만3,250건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97.7%가 서울·경기의 고임금 제조업과 금융업, 정보통신업에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조 과장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고임금 일자리를 확충하고 지역 내 산업 간 직장이동을 통해 임금을 높일 수 있는 경력개발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의 고용 효과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구자현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금 지원으로 자영업과 임시·일용직 고용은 증가한 반면 상용직은 감소했으며, 신규 인구 유입보다는 기존 주민의 전출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박민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관련해 산업 기반을 갖춘 거점도시에 공공기관과 앵커기업을 연계 배치하고, 혁신도시와 주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교통·산업 인프라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하영 서강대학교 교수는 기존 균형발전 정책이 인접 지역의 고용과 소비를 이전시키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남부권의 소비 역외누출을 줄이기 위한 거점형 소비도시 육성을 제안했다.
이승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인구감소와 지방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구역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실제 경제·생활권을 기준으로 광역과 기초 행정조직의 권한과 재원을 재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는 광역지자체의 산업정책 권한 강화와 규제특례 확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일자리·정주 정책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참석자들은 지역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산·학·연·관 협력을 강화하고, 연구 성과를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투자 유치 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