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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때 무, 밀기울, 도토리로도 만들었다는 된장 맛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책 가운데 하나가 산가요록(山家要錄)이다.


조선 전기인 1450년경 어의(御醫) 전순의가 지은 책이라고 한다.


술과 밥, 국, 떡, 과자 등 220여 가지의 음식에 대한 조리법을 적어놨는데 그중에 고려시대의 된장 만드는 방법도 들어 있다.
이 문헌은 도토리와 무, 콩 껍질로도 된장을 담근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려준다.


콩으로만 된장을 만드는 게 아니었다는 얘기다.


도토리로 만든 된장은 '상실장(橡實醬)'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도토리를 물에 담가 떫은맛을 빼낸 뒤 콩과 함께 삶는다고 했다.


문헌은 상실장을 '장맛이 아름답다. 세상에 없는 장이다'고 극찬했다.


무를 넣어 만든 '청근장(菁根醬)'은 무 특유의 시원한 맛이 난다고 했다.


콩 껍질 삶은 물을 메주 만들 때 넣은 '태각장(太殼醬)'도 소개하고 있다.


1500년대에 만들어진 또 다른 요리책인 수운잡방(需雲雜方)에는 밀기울을 넣은 '기화장(其火醬)', 누룩을 이용한 '봉리군 전시방'의 조리법이 있다.


이들 역시 고려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된장들이다.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온 이들 된장은 그러나 일본강점기를 지나며 모두 사라져버렸다.


콩으로만 장을 담갔던 일제가 한반도에서 장을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한다.


그렇게 사라졌던 전통의 된장 5가지가 복원됐다.


'장류의 고장' 순창군이 전통 된장을 되찾기 위해 작년부터 연구해온 결과다.


순창군이 복원한 이들 된장은 고문헌에 남겨 있던 조리법을 근간으로 했다.


여기에 현대인의 입맛 변화를 고려해 콩에 집어넣는 도토리나 무, 누룩 등의 비율을 일부 조정했다.


순창군은 이들 장을 전문가인 '순창고추장 기능인'들에게 선보였는데 하나같이 '기존 장류보다 뒷맛이 깔끔하고 시원하며 감칠맛이 있다.'고 호평했다.


순창군은 장에 대한 성분 분석을 하고 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상품화할 계획이다.


도시민이나 학생들이 직접 이들 장을 담가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만들 생각이다.


박영수 장류사업소 팀장은 "우리나라는 콩의 원산지로 삼국시대 이전부터 장을 담가왔다"며 "이런 수천년 역사의 전통 된장이 잊히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복원작업을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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