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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오창열<전주 상상고등학교 국어 교사>

애인은 늘 멀리 있어 
우리는 밤새 편지를 쓰거나
새벽을 기다려 첫차를 탔다
단지 그가 사는 하늘 아래 서보고 싶어 
마음이 먼저 풍선처럼 떠갔다

사랑은 안부가 궁금하여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

저 느린 걸음으로도 달팽이가 길을 나서고
어떤 사람들은 물속을 들여다보느라
물가에 가서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길은 애인 쪽으로 구불거리고
해와 달은 번을 갈아 길 위에 복무한다
그 해와 달이 세월을 이루었으니
내 아들이 사랑을 아는 나이가 되면
가만히 있으라, 하지 않겠다
세월이 비추는 길을 따라 떠나라 
나뭇잎 사이라도 물속이라도 찾아가라 하겠다

주먹 큰 이들이 길을 막고 있는 동안 
바위처럼 캄캄하게 가라앉은 세월이 길다
세월호처럼 세상은 캄캄해졌다

우리가 멀거니 손차양을 하고
먼 파도소리에도 귀가 쫑긋해지는 건
애인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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