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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짜 한국인 -무궁화호 사건-


 

<전주대학교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김진성>

 

저는 1959년도에 일본 동경에서 태어났습니다. 소위 말하면 재일교포입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서 일본에 건너 오셨기 때문입니다. 왜? 할아버지께서 일본에 가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과거역사 때문일 것 같습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일본에서 살아왔던 저로서는 한국에 와서 살면서 문화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본은 전철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동경,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대도시는 물론 소규모 도시도 전철이나 지하철 역 중심으로 생활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사람 만날 때도 역 앞에서 약속을 할 때가 한국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에 오기 전에 특히 동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고속버스를 이용한 적도 없었고, 멀리 이동할 때도 항상 전철이나 기차를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와서 전주에 정착한 후에도, 안전성이나 시간적인 면에서 그리고 편리적인 면에서도 기차가 낫다고 생각한 저는 서울-전주간은 무조건 열차를 이용했습니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항상 열차로 서울에 갈 때에는 새마을호를 이용했는데, 한국에 왔으니 무궁화호도 타봐야 되고 통일호도 한 번 쯤은 타봐야 진정한 한국문화를 경험했다고 큰 소리를 칠 수 있게 될 것 같아서. 무궁화호를 미리 예약해서 서울까지 올라갔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은 것은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붐볐습니다. 전라선까지는 괜찮았는데 경부선에 들어가니까 자리가 없는 입석승객들이 객실 안의 통로까지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서대전역에 도착하니까 나이를 드신 할아버지가 통로를 걸어가면서 객실 안에 들어왔습니다. 저는 “나이를 드셨는데 자리도 없고 서울까지 서서 가셔야 될 텐데.....” 라고 걱정하면서도 남의 일이기도하고 다른 방법도 없어서 보고도 못 본 채했습니다.

 

그 때 제 자리에서 한 5M정도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었던 남자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일어나면서 한마디 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마침 제가 담배를 피우려고 잠시 자리를 비우려 하는데, 그때까지 여기 앉으세요” 라고 말하며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저는 이 광경을 보면서 ‘담배를 피워봤자 10분,20분인데, 오히려 양보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라고 생각하면서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정은 베풀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남학생은 서울에 도착할 때까지 그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조치원역에 도착하니까 30대로 보이는 여자 분이 유아를 안고 한손에는 5살 정도의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제가 앉아 있는 자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약간의 당황과 불안감을 느끼면서 이럴 때는 방법이 하나 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자는 척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여자 분이 바로 내 옆에 다가왔을 때였습니다. 내 옆에 앉아 있었던 초등학생(아마 저학년으로 보임)이 한마디 했습니다. “꼬마야 이리 와. 와서 나랑 같이 앉자~” 오오오오오!!!! 한국에서는 초등학생까지 자리를 양보하다니? 그에 비해서 자는 척했던 나. 아까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한 대학생도 그렇고.....

 


‘나는 완전한 한국 사람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난 아직 가짜 한국인인가?’

 

여기서 약간 저만의 일본식 스타일 소개하면....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있지 않을 때라서, 저는 이 자리를 예약하기 위해 전주 역까지 가서 분기마다 발행되어 있었던 [열차시각표]를 사러 갔습니다. 이는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전철문화 위주로 돌아가는 일본에서는 열차시각표 책자가 월간지이었습니다.(인터넷 보급을 위해 발행부수는 많이 감소되었지만 지금도 월간지입니다.) 그리고 어느 집이나 전화번호부처럼 한 권씩 있었습니다. 이런 습관 때문인지 한국에서도 열차시각표 책자를 통해서 열차가 새로 나온 열차인지, 식당차가 몇 호에 있는지, 편의시설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화장실 어느 쪽에 있는지 등을 알아보고, 식당차 바로 옆 객실의 화장실 없는 쪽 문 앞자리 통로자리를 예약한 것입니다.

 

이렇게 심사숙고하여 수고스럽게 비싼 좌석 표를 사서 열차를 탔는데.....

여러분들이라면 이렇게 자리를 잡아도 아마 많은 분들께서 경우에 따라 자리를 양보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저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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