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롭게 조명 받는 이 고장 출신 늦깎이 트로트 가수가 있다. 전북 남원출신으로 MBJ 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진정아(39)가 바로 주인공이다. 스물한 살에 가수의 길을 걷기 시작해 그동안 탄탄한 실력을 쌓고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4년 전 꿈이었던 음반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으며 뜨는 샛별이 되고 있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진정아씨의 삶은 험난한 여정이었다. 가족의 반대로 가수의 길을 포기했었고, 대형 교통사고로 죽음을 눈앞에 두기도 했다. 삶의 꿈을 잃은 채 전신마비로 자리에 누워 지냈다. 그런 그녀를 일으켜 새운 것은 그토록 가수의 길을 반대했던 아버지의 ‘일어나면 가수해도 좋다’는 한마디였다. 노래가 좋아, 노래를 부르고 싶어 사는 태생적 가수다.
1남3녀 중 둘째로 남원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그녀는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로 국악을 배워 소리꾼이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접고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꿈을 접었던 그녀의 운명은 다시 중대 고비를 맞았다.
어느 날 청과도매사업을 하시던 아버지 부도소식에 일명 총알택시를 타고 아버지 곁으로 가던 중 택시가 전복되는 대형 교통사고로 삶과 죽음 그리고 진로에 대 전환점을 맞았다. 20살 나이에 사고로 허리뼈가 부러지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돼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며 1년 반 동안 병원생활을 했다. 전신마비로 목숨만 살아 누워있는 비참함에 ‘살기 싫다며’며 삶의 의욕을 꺾기도 했었다.
아버지는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딸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어나면 가수를 해도 좋다’고 폭탄발언을 했다. 누워 생활하던 진정아씨는 ‘가수’라는 말에 귀가 번쩍했고 피나는 재활노력 끝에 기적처럼 일어났다.
그리고 그해 남원 흥부가요제에 출전해 ‘나에게로 초대’라는 노래로 첫 도전에 대상을 거머쥐었다. 가수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어려서부터 국악을 했기 때문에 뱃심이 좋아 락발라드를 주로 불렀다. 그러던 중에 선배가수들이 지역축제나 행사무대에 초대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트로트를 불러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유로 트롯을 부르게 된다. 진정아씨의 진가를 발휘하게 했다.
트로트를 부르며 고향에서 활약하던 중 ‘비무예술단’에 참여했다. 활동하는 2년 동안 전국 팔도를 돌며 축제나 위안잔치 행사는 물론 거리 등 그녀를 원하면 그 어느곳에서든 노래를 불렀다. 안 서본 무대가 없었다. 그녀에겐 트롯가수로서의 탄탄한 실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20살을 갓 넘은 나이에 지역에서 직업가수로 일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절망을 딛고 일어선 그녀를 묵묵히 후원하고 지켜준 든든한 후원군인 아버지와 가족들이 있어 버텨냈다. 몇 년 전부터는 남원시 여러 주민센터에서 주부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일을 하며 틈틈이 시간을 내 노인요양병원, 경로당 등을 찾아 노래봉사도 한다.
그녀의 삶처럼 한과 희망, 즐거움이 함께 녹아 듣는 이의 흉금을 울리고, 또 신바람 나게 하는 특유의 마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정아씨는 첫 도전에 흥부가요제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인천 대중가요제 대상, 전국노래자랑 대상, 서울 연예일보사 주최 신인가수 대상, 전라북도지사 봉사부분 감사패 수상, 위대한 한국인 100인 대상 신인 가수상, 대한노래지도자협회 여자신인가수대상, 가요TV 신인가수상, 쇼성인가요베스트 우수가수상 등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다.
그런 그녀는 2016년에야 당신만이 / 서방님 / 사랑의 종소리 음반을 내놓았다. 스물한 살에 가수의 꿈을 품었고, 직업가수의 길을 접어 든 후 서른에는 꼭 음반을 내겠다는 소망도 이뤘다.
선배가수들의 도움도 컸다. 그래서 가수 활동 초기 많은 도움을 준 유현상, 강진, 진성 등 세 대형 선배들에게 감사함을 잊지 않고 있다. 유현상씨는 그녀의 라디오 출연에 큰 도음을 줬다. 또 강진씨는 콘서트관련 행사출연, 그녀가 삼촌이라고 부르는 진성씨는 가수 YV방송활동 전반에 걸쳐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었으며 가수로 활동중에 있는 고향선배인 소명. 민지씨등이 전반적으로 가수행사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 덕분에 경쾌한 리듬의 세미 트로트 ‘당신만이’(양주호 작사 전철완 작곡)는 방송가에서 호평을 듣고 있다. 그녀의 진가가 서서히 빛을 발휘하고 있다. 머지않아 이 지역을 대표하는 대형 트로트 가수 진정아의 모습이 기대된다.
/김제=김정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