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8년 숙원이자 전북 공공의료 체계의 마지막 퍼즐인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의전원법)’이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2018년 서남대 폐교 이후 의료계의 반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장기 표류해온 이 법안이 마침내 통과된 것은 늦었지만 천만다행한 일이다. 이로써 남원에 공공의료 인력을 양성할 전문 교육기관을 세울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전북 동부권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중대한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남원 국립의전원 설립은 지극히 상식적인 과제였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의 기존 정원(49명)을 활용하는 것이기에 의대 증원을 둘러싼 예민한 논란과도 결이 달랐다. 그럼에도 중앙 정치권은 의료계의 눈치만 보며 8년이라는 긴 시간을 허비했다. 남원시가 이미 210억 원을 들여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기반 시설 조성까지 마친 상태에서, 정부의 결단 부족으로 도민들은 ‘희망고문’의 긴 터널을 지나야만 했다. 정치적 셈법에 갇혀 도민의 생명권을 담보 잡았던 8년의 세월은 결코 짧지 않다.
이제 공은 다시 정부와 지자체로 넘어왔다. 법안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정부와 전북자치도는 법안 통과에 안주하지 말고, 남은 부지 매입과 설계 등 그간 정체됐던 행정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 특히 국립의전원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고 필수의료 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남원의료원의 국립 전환 논의를 포함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운영 로드맵이 조속히 실행되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이고 의료는 생명지대계(生命之大計)다. 더 이상 정치 논리가 민생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이번 법안 통과가 남원의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대한민국 공공의료 모델의 성공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는 8년의 기다림을 보상하는 마음으로 2030년 개교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해야 할 것이다. 전북 도민들은 이제 ‘법안 통과’라는 서류상의 성과를 넘어, 남원 땅에 첫 삽을 뜨는 실천의 현장을 엄중히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