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한 국가의 주권을 좌우하는 전략 산업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농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안팎의 거대한 파도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 내부의 자원과 역량을 스스로 고도화해 자생적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내발적 발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농업의 내발적 발전을 이끄는 가장 첫 번째 단추는 무엇일까? 단연 ‘종자(種子)’다.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라 불릴 만큼 국가의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전북농업기술원 종자사업소가 수립한 올해 벼 우수 증식종 생산 계획은 단순한 농작물 재배 계획을 넘어,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북 농업 내발적 발전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금년 종자사업소는 지역 기후에 적합한 고품질 벼 종자생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리 지역의 대표 브랜드 명품 쌀인 ‘신동진’, 신동진의 우수한 미질을 고스란히 이어받으면서도 병해충 저항성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신품종 ‘신동진1’을 생산할 예정이다. 여기에 최고품질 벼 품종으로 시장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수광1’, 독보적인 구수한 향으로 프리미엄 쌀 시장을 겨냥할 ‘십리향’, 그리고 농가의 다각적인 소득원이 되어줄 ‘다복찰’까지 총 100톤에 달하는 우수종자 생산을 목표로 삼았다.
이러한 품종별 맞춤형 벼 종자생산 계획은 전북 농업 구조를 내실 있게 다지는 다각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첫째, 지역 농업의 안정성과 기후 복원력을 극대화한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핵심 품종 ‘신동진’과 그 유래 품종인 ‘신동진1’을 균형 있게 생산하는 계획은 지역 쌀 산업의 안정적인 세대교체를 의미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신동진 품종이 겪던 병해충 피해 리스크를 신동진1이 든든하게 받쳐줌으로써, 농가는 기후 재해 속에서도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안정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둘째, 시장 다변화를 통한 농가소득의 고부가가치화를 견인한다. 고품질 품종인 ‘수광1’과 고부가가치 향미 시장을 겨냥한 ‘십리향’의 생산은 양적 성장에 머무르던 농업을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다. 여기에 가공용 수요를 충족시킬 ‘다복찰’까지 가세하면서, 지역 농업은 획일화된 쌀 생산에서 벗어나 시장의 유행과 가공 산업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강력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된다.
이러한 종자생산 계획이 실행되어 농가로 보급되는 과정이 내발적 발전의 모델이다. 전북에서 자란 최고 품질의 종자를 지역 농가에 보급하고, 농민들이 이를 통해 고부가가치 농산물을 생산하며, 이것이 다시 지역 내 가공·유통망과 결합해 부(富)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이다. 외부 종자 수급에 휘둘리지 않고, 전북에서 직접 키워낸 씨앗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되는 셈이다.
종자는 그 자체로 미래다. 이번에 수립된 100톤의 종자생산 계획은 우리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농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고 실질적인 소득 증대로 이어질 위대한 여정의 시작이다.
앞으로도 종자사업소는 현장 농민들의 목소리에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고, 나아가 올해의 벼 생산 계획이 전북 농업의 지속 가능한 진화를 이끄는 ‘내발적 발전의 단단한 초석’이 되기를 한마음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