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자치도가 새만금을 중심으로 ‘RE100 산업단지 선도모델’을 구축하며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제시했다. 최근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5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박람회’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라 전북이 향후 100년의 에너지 전략을 어떻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무대였다. ‘새만금 RE100 미래를 여는 THE 특별한 전북의 100년’이라는 슬로건처럼, 이번 행사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북의 의지와 청사진을 국내외에 분명히 선보였다.
RE100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참여하면서 세계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흐름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리나라도 이제 더 이상 뒤처질 수 없다. 전북이 선제적으로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양광, 풍력, 수소,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까지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원이 집약될 수 있는 새만금은 지리적·자원적 이점을 갖춘 최적지다.
이번 박람회는 RE100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미래 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장이었다. AI와 에너지, 분산형 시스템, 글로벌 혁신 모델 등을 논의한 RE100 포럼을 비롯해 수소·풍력·분산에너지 분과 토론은 단순한 기술 소개를 넘어 정책적 방향성과 협력 과제를 제시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현대건설, 한국해상풍력,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등 주요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첨단 기술과 비전을 공개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도내 대학의 석·박사급 연구 성과 전시와 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은 차세대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의미 있는 시도였다.
전북도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얻어야 할 가장 큰 성과는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다.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특정 기업이나 학계의 과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 과제다. RE100 산업단지가 제대로 뿌리내리려면 산학연관 협력은 물론, 주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단순히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넘어 지역 일자리 창출과 산업 구조 혁신, 기후위기 대응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신재생 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송배전망 확충, 수익성 확보 같은 현실적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중앙-지방 간 협력 없이는 RE100 산업단지가 선언적 구호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전북이 선도 모델을 구축한다는 목표는 분명하지만 실질적 투자 유치와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미래 청사진’은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새만금은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험대이자 희망의 땅이다. 이번 박람회는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고 RE100 실현의 길을 구체화하는 출발점이 됐다. 전북이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걸어간다면, 새만금은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산업 전환의 최전선이자,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RE100 중심지로 우뚝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