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기업 유치 허상, 정책 전환을 고민하자
    • 민선 8기 전북자치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기업유치 정책의 성과가 도마 위에 올랐다. 대규모 투자와 고용 창출을 약속했던 화려한 협약이 실제로는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민에게는 일자리가 생기고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처럼 대대적으로 ‘장밋빛 희망’을 전했지만, 실제 현실과 현장은 기대와 거리가 멀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민선 8기 들어 체결된 기업 투자협약은 총 210건, 16조 5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도민의 눈높이에서는 “이제 고향에 공장이 들어서고, 우리 아이들이 일할 일터가 마련되겠구나” 하는 희망이 싹텄을 법하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실제 투자액은 6천399억 원으로 계획 대비 고작 3.9%에 불과했고, 고용 인원도 약속한 1만8천662명 중 756명, 4%에 그쳤다. 이쯤 되면 ‘성과 부풀리기’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기대에 부푼 도민에게 ‘희망 고문’만 안겨줬다.

      더 큰 문제는 행정의 자원 배분이다. 전북자치도는 이들 기업에 1천36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으나, 눈에 보이는 성과는 초라하다. 예산을 투입한 만큼 지역경제가 되돌려 받은 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성과 없는 기업유치에 막대한 세금을 쏟아붓는 것은 결국 도민을 기만하는 일이 된다. 보여주기식 성과 경쟁이 아닌 냉정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기업유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산업 기반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전북의 현실을 외면한 채 무리한 기업유치에만 매달리는 것은 길이 아니다. 전북이 가진 강점, 즉 농업과 농촌의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지적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실제 사례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남원 운봉의 한 귀농인은 참깨·들깨 가공품으로 연매출 22억 원을 올리고 있고, 완주의 청년 귀농인은 애플망고 재배로 2억 원의 소득을 창출했다. 이들은 거창한 투자 협약서나 보여주기식 행사와는 무관하지만, 전북 농업의 가능성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농업의 6차 산업화, 귀농·귀촌인 지원, 후계농 창업 육성에 행정과 예산이 더해진다면 지역 곳곳에서 ‘억대 농부’가 탄생하는 것은 꿈이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전북의 뿌리 깊은 정체성을 지켜내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길이다.

      기업유치와 농업 투자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지금처럼 기업유치 일변도의 정책 기조는 조정이 불가피하다. 특히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동부권에는 고랭지 과수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전략이 절실하다. 기업만 바라보는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농업을 신성장 산업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전북자치도의 이름값은 기업 유치 건수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지역의 균형 발전, 지속 가능한 미래야말로 진정한 성과다. 이제는 공허한 협약 남발을 멈추고 농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통해 ‘사람이 몰려드는 전북’을 만들어가야 한다. 그것이 전북의 새로운 길이며, 진정으로 도민을 위한 책임 있는 행정이다.
    Copyrights ⓒ 전북타임즈 & jeonbuktimes.bstorm.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확대 l 축소 l 기사목록 l 프린트 l 스크랩하기
전북타임즈로고

회사소개 | 연혁 | 조직도 | 개인정보보호,가입약관 | 기사제보 | 불편신고 | 광고문의 | 청소년보호정책 | 고충처리인 운영규정

54990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태진로 77 (진북동) 노블레스웨딩홀 5F│제호 : 전북타임스│ TEL : 063) 282-9601│ FAX : 063) 282-9604
copyright ⓒ 2012 전북타임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bn88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