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法服 위의 향응, 사법 정의는 어디에 있나
    • 김관춘 / 논설위원

    • 재판은 인간사 자잘못을 따져 법의 이름으로 벌을 내리는 국가의 중대한 권능이다. 이 권능을 행사하는 판사는 단순한 법률 기술자가 아니라, 정의의 상징이자 도덕적 나침반이어야 한다. 그만큼 높은 도덕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런데 이처럼 막중한 책무를 지닌 판사가 법을 어기고도 버젓이 재판정에 서 있다면, 국민들은 과연 법정을 신뢰할 수 있을까?

      요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인물이 바로 서울중앙지법의 지귀연 판사다. 그가 최근 윤석열의 내란 관련 구속취소 결정을 내렸고, 이와 관련된 군 수뇌부 재판을 비공개로 전환하면서 법조계는 물론 시민사회 전반에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재판 운영 방식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 판사를 둘러싼 의혹은 매우 구체적이고 심각하다. 민주당은 지 판사가 2024년 8월 서울 강남의 고급 룸살롱에서 1인당 200만 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정황이 있다며 제보와 사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석자 중 지귀연 판사가 비용을 계산하지 않았다는 증언까지 더해졌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는 단순한 도덕적 일탈이 아니라 명백한 청탁금지법 위반이며, 사법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범죄다. 특히 이런 인물이 하필이면 윤석열의 내란 혐의와 관련된 중대한 재판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국민적 의구심을 더욱 키운다. 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내리는 판결이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을까? “정의는 룸살롱에 있고, 판결은 접대 뒤에 있다”는 냉소적인 비판은 이제 단순한 풍자가 아닌, 현실의 고발로 다가온다.

      지귀연 판사의 재판 진행은 이미 여러 차례 상식을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형사소송법상 엄격하게 규정된 ‘날짜 계산’을 시간 단위로 적용해 내란수괴 윤석열의 구속기간을 다르게 해석해서 풀어준 점, 군 수뇌부의 내란 관련 재판을 비공개로 감춘 점, 정치적 파장이 큰 사안을 무리하게 서둘러 결론 내린 점 등은 단순한 법 해석의 차원을 넘어 재판 공정성에 의문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 판사는 ‘그런 적 없다’며 향응 의혹을 부인하고 있으며, 법원은 어떠한 공식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사실상 이 사태를 방치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재판 운영 방식만 보더라도 공정한 재판자로서의 자격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는 충분하게 존재한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미적거리가나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이는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제 공은 대법원에 넘어갔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함을 직시하고, 즉각 지귀연 판사에 대한 윤리 감찰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 향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는 사법농단에 준하는 행위를 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하며, 즉각적으로 재판에서 배제되고, 징계는 물론 형사처벌도 병행되어야 한다. 설령 향응 의혹이 사실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의 재판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편향성과 불투명성만으로도 법정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법복은 권력이 아니라, 양심의 상징이다. 법관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의 삶과 권리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의는 절차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완성된다. 정의로운 결과를 향한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거기서 특혜와 부정이 엿보인다면 아무리 그 결론이 타당하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사법의 권위는 법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신뢰는 재판관 개인의 도덕성과 양심, 공정한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지금 우리 사회가 목도하고 있는 ‘지귀연 판사 사태’는 단순한 한 판사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는 중대한 문제다. 이는 곧 사법의 독립성과 국민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대법원이 이 경고를 무시하고 미적거리거나 안일하게 대응한다면, 그 책임은 단지 지 판사 개인에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룸살롱에서 잃어버린 정의를 다시 법정에서 되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사법부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 정의는 기다리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처럼 판사가 도마 위에 오른 사안일수록, 법원은 더욱 신속하고 단호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사법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무책임하다. 국민들은 단순히 ‘의혹’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불투명성과 편향성, 그리고 상식에서 벗어난 판단들이 쌓여 지금의 불신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결국 대법원도 공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닌, 책임 있는 조치다. 우리 국민들은 사법부가 스스로를 정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법 정의는 법조계 내부의 논리나 관행이 아니라, 국민의 신뢰 위에 존재한다. 그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은 ‘룸싸롱 접대’ 의혹에 휩싸인 지귀연 판사를 당장 법정에서 내려오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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